취재의 대상이 된 기자

by 마감했나연

<추천 곡> 그러지마요 - 어쿠스틱 콜라보


*소설 속 모티브와 콘셉트 외의 인물, 단체, 장소, 사건 등은 모두 실제와 관계없음을 알려드립니다*


00일보 선배 기자는 원래부터 유원우를 주시하고 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날, 회사 근처 카페에서 동료 기자들과 만나고 나오던 중 우연히 마주친 광경이 그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멀리서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익숙한 실루엣.


유원우였다.


연예부 기자로 오래 일하다 보면, 대중보다 훨씬 더 빠르게 스타들을 알아보는 감각이 생긴다.

특히 유원우처럼 현재 정상의 자리에 있는 가수라면 더더욱.


그런데… 그 곁에 서 있는 여자는?


카페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나연희의 모습에, 선배 기자는 순간적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


유원우는 모자를 눌러쓰고 있었다.

하지만 나연희와 나누는 표정과 몸짓은 감출 수 없었다.


둘은 편안해 보였다.

서로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대하고 있었다.


‘아직도 만나는구나.’


선배 기자는 한동안 그 장면을 지켜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는 처음 사진을 찍었던 날 이후로 계속 고민이 많았다.


이걸 기사로 터뜨려야 할지, 아니면 모르는 척해야 할지. 처음에는 그냥 넘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유원우와 나연희는 여전히 함께 있었다.

그것도 대중의 눈이 닿기 쉬운 곳에서.


이쯤 되면 단순한 친분이 아니란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온 선배 기자는 주저 없이 나연희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그 시각 나연희는 휴대폰을 손에 쥔 채 한참을 고민했다.

화면 속에는 00일보 선배 기자의 문자 메시지가 떠 있었다.


[연희야, 나도 솔직히 고민 많이 했어. 근데 내가 아니면 곧 다른 기자 손에 넘어갈 것 같아서 더 이상은 못 참겠네. 유원우랑 만나는 거 기사화할게.]


손끝이 떨렸다.

기사로 다뤄야 할 수많은 연예인들의 열애설을 보며 늘 냉정하게 판단해 왔던 그녀였다.

하지만 막상 자신이 그 중심에 서게 되니 온몸이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유원우와 자신.

이 관계가 세상에 공개되었을 때의 파장을 그녀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었다.

팬들의 반응, 대중의 시선, 언론의 파급력까지.

이 모든 걸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직업을 가진 사람이 바로 나연희였다.


숨을 깊게 들이마신 나연희는 터질 듯한 심장을 붙잡고 전화를 걸었다.


”선배…“


“어, 연희야. 나 오늘도 백일 카페 근처에서 우연히 봤어. 너 유원우랑 같이 있는 거.“


나연희는 아무 말 없이 휴대폰을 꼭 쥐었다.


“난 너니까 지금까지 기사 안 썼어. 그런데 이젠 나도 고민이 되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한쪽 입술을 말아 쥐며, 휴대폰을 꼭 쥐었다.


“솔직히 말해봐. 너희 사귀지?”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나연희는 최대한 흔들리지 않으려 애썼지만, 이미 들킨 것 같았다.


“선배, 그게…”


“이대로 있으면 다른 기자 손에 넘어가는 건 시간문제야.”


그의 말이 가슴에 단호하게 꽂혔다.


“내가 아니면, 결국 다른 사람이 쓰게 될 거야.”


나연희는 차갑게 식어가는 커피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결정을 내렸다.


“…그럼, 기사 제가 씁니다.”


-


나연희는 심호흡을 하고 유원우에게 전화해 먼저 이 사실을 알렸다. 그동안 미뤄왔던 말을 해야 할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대중의 눈에 드러나기 전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이 깊었다.


“원우 씨, 사실… 선배 기자가 연락을 했어.”

나연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미 우리가 여러 번 같이 있는 모습을 봤고, 곧 다른 기자들이 알게 될 것 같아. 이미 그 선배는 기사를 내보낼 준비를 하고 있어. 그런데 다시 나에게 물어본 거야. ‘정확히 어떤 사이냐’고.”


유원우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의 목소리가 불안한 듯 떨렸다. 기자로서의 역할이 주는 부담, 그리고 이 관계가 드러나면 자신뿐만 아니라 나연희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두려운 감정이 섞여 있었다.


“그런데...” 나연희가 말을 이어갔다.

“내가 그 기사를 쓰게 될지 모르겠지만, 만약 기사가 나가게 된다면, 당신이 부담스러울까 봐 걱정돼. 너무 많이 나가면 네가 힘들어할까 봐.”


유원우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그냥… 이대로 조용히 지나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겠지?” 그의 목소리에는 체념이 섞여 있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신경 쓸 것 같고, 나도 그럴 거야. 하지만.. 만약 기사가 나간다면, 네가 써줬으면 좋겠어. 아무리 힘들어도, 이건 우리가 선택한 길이니까.”


나연희는 유원우의 말을 듣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다. 연예인으로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 힘든 유원우가 이젠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는 모습이었다. 자신이 연애를 하기로 선택했으니, 그 선택에 따른 모든 결과도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나연희는 결국 마음을 굳혔다.


“알겠어, 내가 써. 우리가 선택한 이 길, 내가 책임질게.” 나연희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도, 이 기사로 당신에게 피해가 갈까 봐 걱정돼.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내가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할 거야.”


유원우는 그녀의 결정을 듣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야. 우리가 선택한 이 길, 내가 책임질게. 내가 원했던 건 다 너와 함께하는 순간들이었어. 이젠 그 순간들을 위해서 모든 결과를 감수할 거야.”


결국, 기사는 송고되었고, 기사 내용은 예상했던 대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단독] 스윗드림 유원우, 언론계 인물과 열애 중


그녀가 작성한 기사 제목이 포털사이트 메인에 걸리는 데는 단 몇 시간이면 충분했다.

SNS와 커뮤니티는 금세 이 소식으로 들끓었다.

소속사의 입장은 아직 없었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온갖 추측과 설전이 오가고 있었다.


- “13년간 열애설 한 번 없던 유원우가 연애라니, 충격이다.”

- “기사만 보면 뭔가 되게 진지한 사이 같은데?”

- “유원우도 결국 연애하네. 하긴, 나이도 있는데…”

- “언론계 인물? 설마 기자? 기자랑 연예인이 사귀는 게 말이 돼?”

- “유원우 믿었는데 실망이야. 탈덕합니다.”


팬들의 반응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누군가는 응원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등을 돌렸다.

어떤 팬들은 “좋은 사람 만났다면 응원할게.” 라며 그를 지지했지만, 몇몇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채 등을 돌렸다. 유원우가 어떤 입장을 밝힐지 모두가 기다리고 있었다.


유원우는 그날 밤, 팬카페에 직접 입장문을 올렸다.


“조심스럽게 시작한 만남이었습니다.

서로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고, 더 좋은 소식이 있으면 언젠가 팬분들께 가장 먼저 전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팬들의 관심은 곧장 ‘언론계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데로 향했다.

어떤 이들은 그녀가 속한 언론사를 추적했고, 그 과정에서 나연희의 신상이 점점 밝혀졌다.


그리고, 결국 그녀의 이름이 드러났다.


“나연희 기자?”


처음에는 조용한 속삭임이었지만, 점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그녀의 이름이 떠돌기 시작했다.


나연희의 SNS 계정, 기자 프로필, 과거 기사들까지.

모든 정보가 빠르게 확산됐다.


팬들은 그녀가 쓴 기사 목록을 분석하며 “유원우 관련 기사 몇 개나 썼는지 보자” 같은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고, 일부 악성 팬들은 그녀의 이메일과 사무실 번호까지 퍼뜨리며 공격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 “유원우랑 사귄다는 기자 이 사람 맞아?”

- “유원우 기사 엄청 많이 썼던데?ㅋㅋㅋ”

- “기자가 연예인이랑 연애하는 게 말이 돼?”

- “얼굴로 기자 됐냐 예쁘긴 하네”


메일함에는 협박과 조롱이 섞인 메시지들이 쏟아졌다.


”나연희 기자님 맞으시죠?“

“기자가 연예인이랑 연애해도 되는 거야?”

“연예인이랑 연애할 거면 기자 그만두세요.”

“네가 유원우한테 어떻게 접근했는지 다 알거든.”

“너 때문에 탈덕함. 기자면 기자답게 살아.”

“유원우 옆에 설 자격 없어요.“


나연희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이렇게까지 몰려드는 관심과 악의적인 메시지는 생각보다 훨씬 견디기 버거웠다.


회사 분위기도 심상치 않았다.

편집장은 살짝 놀라긴 했으나 단독으로 잘 썼다며 칭찬했다. 그러나 그녀의 이름이 공개되면서 편집국 내부에서도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짜 기자랑 연예인이네?”

“아니, 근데 그걸 자기가 기사로 터트린 거야?”

“대박이다, 이건 기자계에서도 전례 없는 일 아니야?”


나연희는 눈을 감고, 이마를 짚었다.

이 모든 게 너무 숨 막혔다.


주변의 과도한 관심에 부담이 가중된 그녀는 점점 지쳐갔다.


그때였다.


유원우의 SNS에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제가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을 향한 더 이상의 과도한 관심과 공격은 멈춰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의 글이 올라오자 팬들 사이에서도 갈라진 반응이 보였다. 일부 팬들은 “그만해라, 유원우가 직접 부탁했잖아.” 라며 자제를 촉구했고, 몇몇은 “우리도 이제 성인인데 가수 사생활 존중하자.“라며 공개적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기 시작했다.


- “결국 유원우가 직접 보호하려고 나섰네…”

- “우리도 성인인데 사생활 존중해 주자.“

- “제발 좀 적당히 해라, 유원우가 직접 말했잖아.“

- “신인도 아니고 이제 데뷔 13년 찬데 연애 좀 할 수 있지.“


하지만 여전히 냉소적인 시선은 존재했다.

누군가는 “그래도 기자랑 연애는 좀 아니지 않냐?”라며 씁쓸한 반응을 보였고, 몇몇 팬들은 “유원우, 네가 그러고도 계속 음악 할 수 있을 것 같아?”라며 실망을 내비쳤다.


나연희는 그런 반응들을 모두 지켜보며, 연예부 기자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다시금 되돌아봤다.


그동안 그녀는 연예인들의 열애설을 기사화했다.

그들의 사생활을, 누군가의 연애를 보도했다. 그게 기자로서의 일이었기에.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녀가 숨겨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와 그가 쌓아온 모든 시간이 단순한 ‘열애설’이라는 단어 하나로 소비되고 있었다.


그 아이러니함이, 너무나도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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