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는 강렬한 표현이 좋아

두 번째 질문, 나의 소통방식에 대하여...

by 나작

화려하고 즐거운 파티가 끝난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자매들은 각자가 짊어진 ''의 무게에 짓눌려 아침 내내 투덜거린다. 집을 나서며 조는 "오늘 우리는 감사할 줄도 모르는 불한당(wretch) 같았어"라고 말한다. "그런 험한 말 좀 쓰지 마!"하고 나무라는 매그에게 조는 대답한다.


난 의미 있는 강렬한 표현이 좋아.
I like good strong words that mean something.


직설적인 단어는 강렬하다. 듣기에 예쁜 말로 의미 없는 포장을 하기보다는 거칠더라도 뜻이 분명한 표현을 썼을 때 좀 더 후련하게 감정이 전달되는 느낌도 있다. 지나치게 부정적인 표현은 반감을 부르겠지만, 솔직하게 자기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건 건강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좋은 기분이든 싫은 기분이든 겉으로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편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농담으로 대응하는 방식을 익혔는데, 언젠가부터 점점 '비꼬는 말'로 변질되었다. 내 속마음은 교묘하게 감추면서, 그렇다고 그 대상을 인정해주지도 못하는 가시 돋친 농담 말이다. 더 어릴 때는 다른 사람이 상처받을만한 말들을 농담으로 표현하는 것을 은근히 즐기기도 했다. 내가 좀 더 우위에 서는 착각이 드는 것이다. 그 대상이 '공공의 적'일 때는 재미있는 사람이었지만, 그 대상이 상대방일 때 나는 불편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나이가 들고 나서는 의식적으로 조심하고 있다. 내 안에 건강하지 못한 방어기제와 열등의식이 쌓여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의도치 않게 표출될 때도 있다. 몇 달 전 회의자리에서, 부하직원의 장점을 칭송하며 맡겨진 많은 업무들의 성과를 잘 내줄 것을 당부하는 한 관리자에게 "가스라이팅 아닌가요?"라는 농담을 던진 것이다. 물론 농담이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 관리자의 의도와 직원의 역량을 인정하지 않는 표현이구나 싶었다.


요즘 충청도식 표현이 유머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것을 봤다. 반응은 느리지만 은근히 핵심을 찌르는 충청도식 돌려 말하기에 묘한 매력이 있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이런 충청도식 표현의 달인을 한 명 알고 있는데, 바로 우리 아빠다. 고향은 전북이지만, 한 템포 늦게 반응하고 진의를 한번 더 생각하게 하는 표현방식은 정확히 충청도의 그것이다.


한 번은 한 방송에서 이영자가 전국의 휴게소 음식 중에서 서산 휴게소의 어리굴젓 백반이 최고라고 한 것을 보고, 가족들과 외출했다가 일부러 서산 휴게소에 들른 적이 있었다. 방송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리굴젓 백반을 먹고 있었는데, 우리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음식을 먹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빠가 잠시 뜸을 들인 후 입을 열었다.


"거... 영자가 그날 배가 많이 고팠나 보다."


일부러 왔는데 맛없다고 말해서 같이 간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도 않고, 기대에 못 미친다는 자신의 의견을 적절히 드러내면서도, 강력 추천한 유명인을 굳이 탓하지도 않는 완벽한 농담 아닌가!


돌려 말하는 것이 상대에 대한 배려를 의도한 것이라면, 비꼬는 건 공격의 의도가 숨어 있다. 나는 여전히 농담하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이제 그 안의 가시를 덜어내려한다.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하면서,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면 표현 방식도 달라질 수 있을까?


조는 우울해하는 언니를 조만의 방식으로 위로하며 질척이는 길을 따라 기운차게 나아간다. 나도 나만의 언어를 찾아, 누군가의 마음을 다독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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