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질문, 내가 저지른 잘못에 대하여...
원고를 불태운 에이미의 사과를 외면하며 조는 영원히 동생을 용서하지 못할 것이라 말한다. 그러다 조를 쫓아 나온 에이미가 얼음물에 빠져 사고를 당할 뻔 하자, 모든 것이 자기 때문이라고 여긴 조는 울면서 어머니에게 말한다.
언젠가 끔찍한 일을 저질러 내 삶을 망치고, 모두가 나를 미워할까 봐 두려워요.
I’m afraid I shall do something dreadful some day, and spoil my life, and make everybody hate me.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그 일은 나 스스로도 떠올리지 않으려 노력했던 일이고, 그때 함께 있었던 친구들과도 애써 입에 올리려 하지 않는 일이다. 누군가를 미워한, 부끄럽고, 두려운 이야기다.
무슨 이유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차피 애초에 이유는 없었다. 그 애들이 그 친구를 싫어하기 시작한 것은. 그 친구는 내 친구였다. 그 애들은 교실 뒷자리에 앉아 자기들끼리 시끄럽게 떠들거나, 만만한 선생님께 대들거나, 같은 반의 다른 애들을 놀림거리 삼아 킬킬거리는 무리였다. 어느 날부터 그 친구가 그 애들의 표적이 되었다. 큰 소리로 그 친구를 창피 주거나, 별것도 아닌 것으로 위협하기도 했다. 왜 그러는지는 그 애들 말고는 아무도 몰랐다.
나와 그 친구는 예닐곱명의 친구들 무리에 속해 있었고, 여고생들이 그러하듯 우르르 함께 다녔다. 우리는 그 애들을 미워했다. 아니 증오했다. 그리고 혐오했고, 저주했다. 그 친구를 향한 부당한 괴롭힘에 분노했다. 그러나 직접 표현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교실 내 권력구조 속에서 우리는 힘이 없는 존재들이었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그 친구와 함께 그 애들을 험담하는 것뿐이었다.
어느 자율학습 시간이었던가, 그 일이 일어났다. 그 애들 중 한 명이 큰 소리로 욕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벌떡 일어나 의자를 휙 집어 들더니 그 친구를 향해 내려칠 기세로 달려들었다. 무엇 때문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노골적인 조롱에 참다못한 그 친구가 어떤 소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었나 싶다. 나는 연필을 꽉 쥐고 공책만 뚫어지게 응시했다. 우리는 모두 고개를 돌린 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야, 그만해!"라고 외친 건 우리가 아니었다.
그 일은 선생님의 귀에까지 들어가 그 애들 중 한 명이 사과를 하면서 마무리되었다. 그 후에도 우린 여전히 그 친구와 함께였지만, 그날의 일은 우리 사이에 조금씩 균열을 내고 있었다.
우리는 그 친구의 특이한 점을 알고 있었다. 뭔가 괴상한 웃음소리라든지, 어딘가 평범하지 않은 말투나 몸짓이라든지, 유난히 긴 팔과 다리라든지... 누가 봐도 이상하다기보다는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독특함을 가진 친구였다. 그 독특함이 그 애들의 표적이 되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그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사이에도 그 친구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친구가 생겨났다. 그 친구 때문에 우리들까지 괜히 웃음거리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그 친구 때문에 다른 친구들까지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우리는 우리끼리 모여 그 친구의 이상한 점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어느 날, 우리는 그 친구의 책상 위에 대여섯 장의 편지를 올려 두었다. 그 친구가 우리에게 했던 잘못들을 하나하나 적은 후, 절교를 선언하는 편지들이었다. '너 00 이한테 나에 대해 ~~라고 말했다며?'라든지, '네가 00 이와 **이 사이를 오가며 뒷담화한 거 다 알아.'라든지 하는 내용들이었다. 우리는 감히 정의의 사도가 되어 그 친구를 심판하고 단죄하는 것으로 그 친구와의 관계를 끝냈다.
그 친구는 그 편지들을 손에 쥔 채, 굳어버린 조각상이 되어 하루 종일 멈춰 있었다. 그 친구의 손에 붙들린 편지들이 바람에 펄럭거리며 떨어져 내릴 때에도, 모두가 교실을 떠날 때까지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을 때에도, 우리는 못 본 척했다. 그날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그날의 죄책감과 굴욕을 그 친구를 밀어내며 해소하려 한 것일까?
스물이 되고,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어서도 열아홉의 그 친구가 불쑥불쑥 떠오른다. 그 친구가 우리에게 저지른 잘못은 우리가 서로에게 했던 잘못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는 걸 안다. 그 애들이 휘두르던 의자와 우리가 쓴 편지 중에 무엇이 더 아팠을지도, 안다. 그 상처는 고스란히 나의 몫이 되어 여전히 나를 찌른다. 외면할수록 더욱 아프게.
조의 어머니는 '마음속의 적'을 경계하라고 일러준다. 그때 내 '마음속의 적'은 누구였을까? 그건 언제나 나를 지키고 싶어 하는 두려움이었다. 미움받을까 봐 두려운 마음, 그것이 누군가를 미워하게 하고, 밀어내게 하고, 끝내 외면하게 했다. 그 두려움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여전히 나를 망설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