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질문, 나만의 쉼에 대하여…
조와 자매들은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기로 한다.
모처럼 긴 휴가를 맞이한 메그와 조. 메그가 쉬는 동안 충분히 잠을 자면서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하자, 조는 이렇게 말한다.
그동안 난 열심히 책을 모아 왔어. 이제부터는 사과나무 가지에 걸터앉아 책을 읽으면서 내 빛나는 시간들을 느긋하게 즐길 거야.
I’ve laid in a heap of books, and I’m going to improve my shining hours reading on my perch in the old apple tree,
상상만 해도 즐겁다. 좋아하는 책들을 쌓아놓고 그늘아래에서 여유롭게 책을 읽는 시간이라니. 캄보디아 파견 중에 연휴를 맞아 혼자 2박 3일간 씨엠립의 한 호텔로 쉬러 간 적이 있다. 작은 부띠끄 호텔이었는데, 하루짜리 리트릿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식사 한 끼가 제공되고 호텔 내의 마사지숍에서 마사지테라피를 받을 수 있으며, 요가 클래스에 1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씨엠립과 두 시간 정도 떨어진 작은 도시에서 지냈는데, 주말이면 자주 들락거리면서 문명의 혜택(?)을 누렸다. 씨엠립에는 저렴하고 아기자기한 부띠크호텔이 많았다. 주로 메인로드에서 조금 비껴 난 골목에 위치해 있었고, 유럽식으로 꾸며진 호텔건물 주위로 울창한 열대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오래되어 낡았지만 깨끗하게 관리되고, 제로웨이스트 방식으로 운영되는 곳도 많다. 나는 주로 이런 종류의 부띠크 호텔들을 찾아다녔다.
내가 찾은 호텔은 '베이비엘리펀트'라는 이름의 부띠크호텔이었다. 올드마켓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골목에 있었고, 호텔 입구까지는 얼마간 비포장길을 걸어가야 했다. 나는 호텔 안쪽의 담을 따라 등나무 덩굴과 팜나무계열의 나무들로 둘러진 아늑한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마사지를 한 후에, 적당한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저녁에는 시간 맞추어 2층의 야외 홀에서 요가 클래스에 참여할 것이었다.
오랫동안 꿈꾸던 이상적인 삶의 모습을 한번 실현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아침에는 수영을 하고, 간단한 식사를 한 후에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오후에는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커피나 차를 마시며 책과 삶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해 질 무렵 요가를 한 후에 차분히 명상을 하다가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그저 막연하게 "만약 내가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꿈꾸던 것이었는데, 아마도 영원히 오지 않을 삶이었다.
그러다, 그렇다면 가능한 환경에서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꼭 완벽한 순간이 와야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호텔은 깔끔하고 단순한 구조였지만, 알록달록한 패턴의 패브릭과 잎이 커다란 열대 식물들로 특유의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막상 수영을 하려니 내키지가 않았다는 것이다. 수영복을 갈아입고 물속에 들어가는 것이 조금 귀찮게 느껴졌다. 대신 수영장 옆 테이블에서 비건패티가 들어간 햄버거와 앙코르맥주를 먹으면서 일기를 썼다. 그러나 너무 덥고, 모기와 파리들이 달려들어서 도저히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에어컨을 틀어 놓고 호텔 방에 앉아 있자니, 이러려고 여기까지 왔나 회의감이 들었다. 우선 마사지숍 시간을 예약하고, 툭툭를 타고 강변 근처의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왔다. 호텔로 돌아온 후 받은 전신 마사지는 좋았다. 그러나 요가는 한번 하고 나서 흥미가 떨어져 버렸다. 요가매트를 따로 챙겨가지 않았더니 먼지 위에서 뒹굴어야 했고, 진행방식이 조금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리트릿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요가는 따로 참여할 수 있었는데, 다음날부터는 하지 않았다.
하루를 지내보니 기대만큼 마인드풀 하지도 않고, 나 스스로 그다지 몰입하지 않게 되어서 명상은커녕 결국 휴대폰이나 들여다보며 누워있다가 잠이 들었다. 뭄과 마음을 푹 쉬고 싶었는데, 갑자기 평소에 하지 않던 것들을 하려니 낯선 환경에서 더욱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이도저도 아닌 나만의 리트릿 휴가가가 지나갔다.
조와 자매들은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기는 실험을 하기로 한다. 하지만 곧 지루함과 무기력함이 찾아오고, 놀기만 하는 것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때 연휴를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혼자만의 리트릿이 아니라, 다른 숙소에서 머물던 동료를 만나 칵테일바에서 마티니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던 덕분이었다. 나는 내가 상상한 '이상적인 쉼'을 실험해 보았지만, 결국 나다운 방식으로 숨을 고르고, 마음 맞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의 쉼'임을 깨달았다.
바쁜 하루 속에서도 잠시의 여유를 갖고 나를 바라본다면, 잠깐의 즐거운 대화를 나눌 사람이 있다면, 리트릿을 일부러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