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 나는 말하듯이 쓴다 중에서
"글을 써야지"하고 결심하는 것과 정말 쓰는 것 사이에는 수억광년의 거리가 있다. 그 거리를 가까스로, 온 힘을 다해 극복하고 책상 앞에 앉아 쓰기 시작한들, 완성하기까지는 또다시 수백억 광년의 거리를 극복해야 한다. 문제는 내 글이 늘 형편없다는 거다.
아이의 여름 가정보육기간이 끝나고, 며칠간 흐트러져 있던 마음을 그러모아서 책상 앞에 앉았지만 아무것도 활자가 되어 나타나주지 않았다. 지난 글들도 쳐다보고 싶지 않아 졌다. 언제쯤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을까 절망스러운 감정이 솟아올랐다.
글이 안 써지는 건 책을 덜 읽어서라던가. 마음이 급한 김에 너무 어렵지 않은 글쓰기 책을 읽기로 했다. 강원국의 '나는 말하듯이 쓴다'였다. 강원국 작가의 책은 '대통령의 글쓰기'외에는 읽어보지 못했는데, 평소 방송이나 강의에서 보이는 특유의 입담을 좋아한다. 책의 내용은 작가의 다른 글쓰기 책과 마찬가지로 읽기 쉽고 실용적이다.
말하기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못하는 것이고, 그래도 글쓰기는 좀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책의 들어가는 말에서 "말에 도전하지 않는 사람은 잘 쓸 수 없다."는 말에 윽, 어딘가 송곳에 찔린 듯 욱신거렸다. 내심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실 글쓰기는 실패의 연속이다. 한 문장 잘 쓰고 다섯 문장, 열 문장에 실망한다.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려면 스트레스를 견디고 어떻게든 적응해야 한다. 그래야 계속 쓸 수 있다.
글쓰기의 스트레스와 슬럼프를 이기는 힘에 대해 설명한 장에서 만난 한 줄이다. 맞다. 원래 그런 거구나. 위대한 작가들도 그런 과정을 겪었다고 했는데, 내가 뭐라고 벌써 좌절씩이나 하고 있단 말인가!
그러고 보니 올초에는 엔젤라 더크워스의 '그릿'을 읽다가, 책 속에서 맥아더 상을 받은 타네히시 코츠의 글을 인용한 것이 인상적이라 다이어리에 베껴 써 놨었다.
글쓰기의 어려운 점은 지면에 옮겨진 자신의 형편없는 글과 서툰 글을 보고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데 있다. 그리고 다음날 잠에서 깨어 형편없고 서툰 글귀들을 들여다보고 다듬어서 너무 형편없고 서툴지 않게 고치고 다시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데 있다. 그리고 또 다음날이 되면 조금 더 그 글을 다듬어서 그리 나쁘지 않게 만든 다음 다시 잠자리에 든다..... 운이 좋다면 좋은 글을 얻을 수도 있으리라. 그리고 거기까지 했다면 성공이다. - Ta-Nehisi Coates -
글쓰기는 글렀다고 너무 좌절하지 말자. 고치고 다듬고 또 고치고 다듬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