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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창숙 Sep 24. 2021

능소화

보타니컬 아트 그리고 시

                       '    2014년 4월 16일


가만있으라! 했다. 어른들이

아이들은 말을 들었을 뿐이다.

돌아온 건 차디찬 바닷속이었다.


<너와 나를 위한 꽃!>


 도도한 듯도 하고, 겸손한 듯도 하고

 고고한 듯도 하고, 소박한 듯도 하고

 숭고한 듯도 하고, 고독한 듯도 하고


넋을 잃고 바라보다

네 안에 곱게 차려입은 나를 보았다.


눈물 어려 흐릿하게  스쳐가는 삶 살며


심장 한 귀퉁이 뭍에 묻고

아래로, 아래로

조롱조롱 눈물 피웠지.


잡아도 잡히지 않는 것이면 내 것이 아님을.


돌이켜도 돌아올 수 없는 것이면

이제 놓아버리자.

잊으려 잊혀지지 않는 기억 또한

이제 놓아버리자.


그건 너를 위한 잊음이 아니다.

너와 나를 위한 것.

아니

그것이 살아 있는 자의 삶인 것이다.


숨 쉬거라.

이제 바라보거라.


심장 한 귀퉁이 뭍에 묻고

조롱조롱 눈물 꽃 피우면

너는

다시 사랑의 꽃 되거라.


산자들을 위하여.


세월호 아이들의  영혼을 위해ㅡ


                                  능소화 by 빈창숙


2014년 4월 16일


그날 나는 TV 속 영화를 며 밀린 다림질을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느긋하고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그때 지인이 전화가 걸려 왔다.

"언니! 뭐해요?"

"응. 밀린 다림질, 별일 없어?"내 말에 대꾸도 안 하고

"빨리  뉴스를 보세요. 배가 침몰하고 있어요."

다급한 목소리였다.

배가 침몰하고 있다고?


정말 배가 침몰하고 있었다.

무섭고, 안타깝고, 다림질을 할 수 없었다.

"어떡하지? 어쩌면 좋아."

나는 믿었다. 전원 구조될 것을.


'전원 구조'라는 뉴스가 나왔다

그렇지!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그러나 '전원 구조'는 가짜 뉴스였다.

어떻게 가짜 뉴스를 전 국민에게 TV로 방영할 수가?

하늘 아래 이런 일도 다 있다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다니...

영화가 아니었다.


몇 날, 며칠,

죄 없는 부모님들은 자식들을 살려 달라고

나중엔 시신이라도 돌려달라고

죄 있는 사람처럼 머리 조아리며

두 무릎 꿇고 두 손을 싹싹 빌었다.


권력가에게


전 국민은 죽어가는 아이들을 TV 중계로 보아야만 했다.

불어 터진 내 새끼 시신이라도 돌려달라고.

울부짖는 그들은 금쪽같은 새끼들을 가슴에 묻고

차디찬 바닷속으로 함께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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