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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창숙 Oct 19. 2021

119 구급차 사이렌 소리

살아온 단상


119  구급차 사이렌 소리


  2020년 2월로 기억한다. 혼자 집에 있다가 가슴에 통증을 느꼈다. 나는 무서웠고 혼자 병원을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리가 후들거렸고 이빨이 다다닥 거렸다. 119로 전화를 걸고, 남편한테도 전화를 걸었다. 구급차가 5분 만에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구급대원들은 나를 구급대 안에 있는 침대에 누이고 문진을 했지만 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몸을 심하게 떨고 있었고 어떻게 해도 진정이 되지를 않았다. 이빨은 아무리 깨물어도 다다닥 소리가 멈추지를 않았다. 


나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구급차는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가장 가까운 응급실 병원을 찾았고, 충북대병원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몇 번이나 사이렌 소리는 울렸다. 정말 난생처음 119구급차를 탄 것이다.


 119구급차 안에 누워있는 시간은 길게 느껴졌다. 눈물이 났다. 아직 죽을 준비를 하지 않았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죽고 나면 쌓아둔 것들을 남아있는 사람들이 정리할 것을 생각하니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누워서 마지막을 예상해 보는 뿐이었다.


 병원 응급실은 침대가 비지 않아 기다려야 했다. 나는 구급차 침대에 누워 40분 정도를 기다렸다. 추웠다. 따뜻한 곳에 있고 싶었다.


 응급실엔 많은 사람들이 아픔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진료가 시작되고 나는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간단한 검사로는 나의 고통을 알 수가 없었다. 입원실도 빈 것이 없어 나는 일단 집으로 돌아와 어떻게 해야 할지를 가족과 의논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진료를 위해 찾은 병원은 병원이 아니라 전쟁통의 아수라장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입구부터 밀치는 사태가 벌어졌고 삭막하고 전염의 두려움은 모든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사람이 아닌 기계 앞에서 자기를 밝히는 것도 내겐 생소했다.


 병원에서조차 코로나의 전염을 걱정해야 했고, 병원에서의 진료는 나를 더 힘들게 했다. 나는 코로나가 종식될 때까지 나의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렇게 119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갔을 때 나는 두려움에 휩싸였고, 눈물만 나왔고 어찌해야 할지도 몰랐었다.

그랬던 내가 119 구급차 사이렌 소리에 신경이 거슬렸던 것이다.


사람들은 이기적인  동물이다.

부끄러웠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구급차 사이렌 소리는

'이기적이지 말고 이타적이 되어보라는 순간'이라는 것을...

                                                     2021년 여름에

                       by 다섯 살 손주의 구급차


119 구급차 사이렌 소리


또 누가 아픈가?

오늘 낮에 몇 번이나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대낮의 뜨거움과 맞물려 사이렌 소리는

나의 말초신경을 건드렸다.

그 소리는 마치 앵앵거리는 파리가

유난히 내 귓가에서 왔다 갔다 하며

일부러 소리를 내는 듯 울렸다.


대학 종합병원이 걸어서 10분 거리라 좋아했는데

구급차 사이렌 소리도 가까워진 것을 몰랐다.

아, 이 소리 계속 들어야 하나!


어제는 밤늦은 시각에

하얗고 긴 꼬리 선이 좌우로 흔들어 대듯 울렸고,

그제는 아침 새 울기전에 까마귀처럼 짖어댔지.

내일은 또 어떤 소리로...


119 사이렌 소리!


그러다 창문 밖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아! 잊고 있었네. 나의 모습을...


사이렌 소리에 묻어있는 누군가의 고통을,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도와달라 급하게 전화를 든 손,

아픈 자 태워보내며 함께 타고 갈 수 없는

남아있는 자의 불안감.


잊고 있었네.

타인의 아픔을... 나였음을...


내 손끝의 꺼스름은 아파하며

약통 뒤져 반창고로 싸매 주면서,

어쩜 생과사의 기로에 있는 자들을 위해선

단지, "아프다!" 하는 소리조차 들으려 하지 않은

이기심 가득한 한 작은 존재여!


세월호로 자식 잃은 가족들 앞에서

통닭으로 맞서며 게걸 스러 했던 자들에게 보낸

나의 이중적인 잣대여!

지금의 나와 무엇이 다른가?


이제 사이렌 소리는 아픈 자를 위해

두 손 모으라는 소리!

모두 '너의 가족이다.' 알려주는 소리!


짧은 화살기도로

하나가 되는 시간!

사이렌 소리는

나를 뒤돌아 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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