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딸이 그동안의 프로젝트를 끝냈다고 맛난 점심과 커피를 함께 하자고 했다. 아들 셋 챙기며 살림하고 또 프리랜서로 일을 다 마친 작은딸이 대견했다. 슈퍼우먼 같은 정신없는 날들이었을 거다. 아들 셋이 모두 아침에 학교를 가고 어린이집을 가는 게 아니었다. 큰아들은 11시까지 학교에 가고, 둘째 아들은 아침에 가서 오후 1시에 오고, 막내아들은 코로나로 인해 어린이집이 쉬기도 하는 날들 속에 3개월 정도를 묵묵히 제 할 일 했던 것이다.
마침 출장을 온 큰딸과 남편 이렇게 넷이서"역시 넘이 해준 밥이 제일 맛있다."며 버섯전골을 국물까지 싹싹 먹고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 마시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나 역시 올해는 집 밖을 나가지 않고 집에서만 지냈기에 카페에서의 커피 한잔은 긴 여행을 하는 것과 같은 설렘이었다.
카페는 단아하고 정겨웠고, 테이블마다 화려하지 않은 꽃들이 놓여있었다. 나는 테이블 위에 있는 꽃을 보며 "이쁘다, 참 좋다! 이게 행복인 것을." 이란 생각을 했다. 가족이 함께 밥을 먹고 차 한 잔 하며 소소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일상이 이번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더 소중한 시간임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숨 쉬고 살고 있음에 감사했다.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일에 화를 내고, 분노하고, 억울해하고, 용서하지 못하고 살아온 날들에게 미안했다. 얼마를 더 산다고 "심장이 조여들 만큼 가슴앓이를 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큰 것을 바라고 살지 않았고, 허황된 것을 바라지도 않은 삶이었는데도 돌아보니 이랑도 고랑도 있지 않았나!
그건 누구에게나 다 있는 것들이지.
그렇지, 낮은 곳이 있어야 높은 곳이 있는 법이니까.
별 특별한 얘기가 아닌 아주 소소한 얘기를 나눈 것에 더 감사했다. 무탈함의 행복이었다. 어제와 '같은' 것들이 오늘 내 앞에 있고, 내일은 오늘과 '같음'이 놓여 있음이 어쩜 가장 행복한 것일지도 모른다.그 '같음'이란 모두의 무탈함을 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