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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창숙 Oct 16. 2021

소나무

보타니컬 아트 그리고 시


당신께서는 사람이 보시 듯 보십니까?

당신께서는 사람의 날과 같습니까?

당신의 해도 인간의 세월과 같습니까?

                                      (   욥기 10,4)


서로를 가슴에 품고


처음 그곳에 갔을 때  그는 거기에 있었다.

그도 나를 보았고 나도 그를 보았다.

우리의 시선은 함께 머물러 있지 않았다.


두 번째 그곳에 갔을 때 그는 그곳에 있었다.

그도 나를 보았고 나도 그를 보았다.

우리의 시선은 함께 머물렀다.


오래도록 기다렸다고

그대 오지 않아 바다 보고 기다렸다고.


나는 그와 하나 되어

오랜 기다림 속에 골이 패인

그의 손을 그의 발을 쓰다듬었다.


세 번째 그곳에 갔을 때 그는 그곳에 있었다.

그도 나를 보았고 나도 그를 보았다.


우리의 시선은 서로에게 머물러 있었다.


그는 내 하나의 사랑이 되고

나 또한 그의 사랑이 되어

서로를 가슴에 품고 있었다.


천리포 수목원에서


                       소나무 밑동 by 빈창숙


천리포 수목원은 1년에 한 번쯤은  다녀오는 곳이다. 그림을 그리는 지인들과도 가고, 혼자서도 그림의 소재를 찾으려 가는 곳이다.


몇 번을  나무가 있는 곳을 지나가도 눈에 띄지 않던 한 그루의 소나무에 그날은 시선이 멈추었다. 가만히 보았다. 그날은 그렇게 소나무만 보았다.


굴곡진 삶을 살아온 소나무와 하나 된 넝쿨이 서로 사랑하는 모습이랄까!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었다.


그리고 그해 여름 내내 소나무를 그렸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날이 저문지도 모르고,

배가 고픈지도 모르고,

나는 거의 4 개월에 걸쳐 소나무만 생각하고 완성했다.


그리고 그다음에 수목원에 가서 소나무를 만났다.

나는 그 소나무를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소나무는 그 자리에 그대로 우뚝 서있었다.

반가웠다.

태풍이 온다고, 비바람이 세게 분다고 하면 행여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잘 견디어  준 소나무가 고마웠다.


이젠 천리포수목원을 가면 으레 그 소나무를 찾는다.

그리고 마음을 나눈다.

는 너와 함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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