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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Oct 18. 2023

뽀드득뽀드득

이것은 무슨 소리일까요?

토닥토닥 톡톡,  노트북의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거실까지 들어오는 햇살에 눈이 스르르 감기고 있었다.

바람까지 살랑 불어오니 눈만 감기는 것이 아니라 몸도 스르르 바닥으로 늘어져가며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는데


감자기 어디선가 뽀득 뽀드득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작은 소리여서 자장가처럼 듣다가 눈이 번쩍 떠졌다. 이 소리의 진원지가 어디인지 알아야겠어서 이미 젤리처럼 늘어져있던 몸을 일으켰다. 살금살금 걸으면서 거실을 지나고 티브이 앞을 지나고 잠시 멈춰 서서 귀를 쫑긋 세웠다. 나의 움직임을 감지했는지 잠시 조용하다가 다시 뽁-, 하고 소리를 냈다. 흡, 하고 숨을 잠시 멈추자 뽀득-하는 소리가 이어졌다. 처음보다 조금 더 천천히 살금살금 걸어서 주방 쪽으로 갔다. 짐작도 할 수 없는 소리를 찾아서.


저녁밥을 지으려고 깨끗이 씻은 쌀이 담긴 함지에서 소리가 들렸다. 설마 하면서 쌀함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귀를 대 보았다. 


뽀드득, 뽀득


쌀이 맛있는 밥이 되는 미래를 꿈꾸며 몸속에 수분을 담으려고 애쓰는 소리였다. 쌀이 부는 노랫소리라니


지원지를 파악하고 나서 다시 바닥에 늘어져 쌀이 붇는 소리를 들으며 등이 따끔따끔해질 때까지 가을 햇살을 듬뿍 받았다. 아직 짓지 않은 저녁밥의 구수한 내음이 콧속에 파고드는 행복한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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