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뜨끈
아침에 뭇국을 끓이기로 했다.
겨울무는 달고 시원한 맛이 있어서 생으로 먹어도 맛있고, 끓여 먹어도 맛있다.
착착착 무채를 썰어 참기름에 달달달 볶다가 물을 넣고 끓인다. 그렇게 담백하게 끓이려다가 혀에 구멍이 난 나에게 좀 더 영양가 있는 걸 먹여야겠다 싶어서 소고기를 조금 넣었다. 바글바글 끓고 있을 때 마늘과 소금, 약간의 국간장으로 간을 하면 딱 좋다. 들깻가루 한 숟갈 넣으면 더 맛있다.
뭇국을 좋아하는 남편이 맛있게 먹으며 말했다.
담에 애들 오면 그거 끓여 줘. 아마 먹고 싶어 할 거야. 무를 막 삐져서 끓이는 뭇국.
그건 옛날 엄마들이 국 끓일 때 바쁘니까 도마를 꺼내지도 않고 그냥 무 들고 국 냄비에 칼로 쭉쭉 삐져 넣어서 만든 국이잖아. 그걸 왜 애들이 먹고 싶어 해? 먹어 보지도 않은 국을. 당신이 먹고 싶겠지. 그냥 예쁘게 썰어서 넣은 뭇국은 싫어?
칫
남편은 괜히 말 꺼냈다 본전도 못 찾은 얼굴이다.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자주 먹던 뭇국이 먹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걸 그냥 -알겠어-라고 하지 않고 또 따져 물은 건 서운해서다. 내가 국을 먹기 전에 '피곤해서 그런지 혀에 또 구멍이 났어.'라고 말했는데도 그건 묵살하고 자기가 먹고 싶은-내가 끓여 준 국이 아닌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냥 넘어가도 되는데 딴지를 건 것이 좀 미안했다.
그런데 자기는 고기 안 넣은 게 더 좋지? 그래도 내가 몸에 좋으라고 고기 넣은 거니까 맛있게 드셔. 담에는 쭉쭉 빼져서 무를 넣고 고기도 안 넣은 국으로 끓여줄게.
화해를 시도하는 나에게 벌써 밥을 다 먹은 남편이 말했다.
고기 넣어서 이에 끼고 별로야.
들아가!
남편은 투덜투덜 대며 "에잇, 그냥 '응'이라고 말할걸." 후회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참 안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