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글빙글
생각해 보면 병원 영양실에 다닐 때부터 조금 어지럽기는 했었다. 처음에는 지진이 났나 싶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멀쩡한 것을 보고는 너무 일이 힘들어 당이 떨어져서 그런 줄만 알았다. 이석증이 다시 시작되었다고는 생각도 못했다. 이석증이 처음 생겼을 때는 회사 다닐 때 파견 교사들의 시간표를 짜며 모두에게 이로운 시간표를 위해 밤잠도 자지 않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때였다. 힘들었기 때문에, 그리고 이제 그런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했어서 병원 다니고 약 먹고 그러면서 또 금방 괜찮아져서, 잊고 살었었다.
이석증이라고 하니까 쓰러진 나에게 '얘가 왜 이렇게 앵기나'했던 남편이 고기를 사준다고 했다. 집 근처 소고기집은 만석이라 돼지고깃집으로 갔다. 삼겹살을 구우며 두 중년은 서로 아프지 마라 뭐 이런 이야기를 하며 배불리 먹고 집으로 나서는데 남편이 다리에 쥐가 났단다.
어지러운 여자와 다리에 쥐가 난 남자가 서로를 의지하며 간신히 간신히 집으로 왔다.
이젠 주위에 갑자기 쓰러져서 죽었다던가 수술했다던가 하는 이야기는 새롭지 않다. 우리 둘째 형님도 쓰러지셔서 삼사 년 병원에 누워계시다가 돌아가셨다. 아는 언니 올케도 오십 대 중반인데 자다가 쓰러진 것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일이 주 만에 돌아가셨단다. 화풍 없는 그림을 그리며 이러저러한 생각이 든다. 그림 사이사이에 통장 비밀번호나 뭐 이런 걸 암호화해서 써넣어야 하나.... 적어도 누군가는 그 암호를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