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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Jan 12. 2023

아침식사 하셨어요?

겨울 아침

요즘은 날이 추워서 대부분 낮시간에 걷기를 하고 있지만 가끔 7시쯤 동네를 걸을 때가 있다.

걷다 보니 편의점 의자에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뭐지? 하고 보는데 라면과 삼각김밥을 들고 앉거나 서서 간단한 식사 중이었다. 사람들의 온기와 음식들에서 올라온 훈김으로 편의점 유리가 점점 뿌연 수증기에 가려지고 있었다. 이렇게 일찍 집에서 나서는 사람도 많고 집에서 밥을 먹지 않고 나온 사람도 참 많구나!


 새벽부터 일을 시작하는 남편에게 결혼 후 단 한 번도 아침밥해주는 것을 빼먹지 않았다. 나는 꼭 밥을 차렸는데 남편이 밥이 아니어도 좋다고 한 다음부터는 토스트나 고구마를 구워주기도 한다. 여름에는 냉커피를, 겨울에는 뜨거운 커피를 보온병에 담에서 들려 보낸다. 사이가 좋았을 때도 했고 꼴 보기 싫을 때도 했다. 그가 새벽바람을 맞으며 가족을 위해 일을 나가고 있는데 배까지 고프면 얼마나 허할까 싶어서다.


남편에게 물으니 아침밥을 먹지 않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아침참을 일찌감치 먹는다고 했다. 회사 다닐 때 옆자리 과장님은 나한테 '아침밥 먹고 다니는 사람 처음 봤어요'라고 했었다. 아침밥이 안 넘어가서 안 먹나 싶지만 내가 가끔 챙겨갔던 토스트나 찰밥을 회사 사람들이 즐겁게 먹는 것을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우리 집은 꼭 아침밥을 먹는다. 그래서 애들 한창때는 6시에 남편, 6시 반에 딸, 7시 아들. 이렇게 세 번 밥을 차렸다. 학교 등교 시간에 맞춰 일어나고 밥을 먹었기 때문이다. 남편이 6시에 일어나서 다 같이 밥을 먹게 하라고 했지만 꿀 같은 아침잠을 어떻게 뺏을까.


가끔 집에 온 아이들이 요즘은 밥보다 잠이 더 고파 보여 일어나면 주고, 안 일어나면 깨우지 않는다. 오랜만에 집에 왔으니 잠이 더 고플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탁에 이것저것 올려놓는다. 아이들 온다고 만들어 놓은 빵이나 구운 계란, 고구마. 과일 등등이다. 오며 가며 배고프면 입맛대로 집어 먹으라고 말이다. 



쨍하니 차가운 바람이 부는 겨울 아침. 우리 애기들... 밥은 먹고 다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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