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상희 Mar 03. 2023

도로명 18

나머지 주소 말씀해 주세요

우리 집 도로명 마지막 숫자는 18이다.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니 그런가 보다 했다. 불편한 것도 없다. 그런데 콜센터에 전화할 일이 생겼을 때 '나'를 확인하는 방법에 도로명 나머지 주소를 말하라든가, 입력하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몹시 껄끄럽다. 처음에는 18이라는 숫자가 입력도 되지 않았다. 그나마 지금은 입력이 되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나머지 주소 말씀해 주세요


18


네 고객님-


그들은 나의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가 무엇을 답할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그 숫자를 가지고 욕이나 뭐 이런 것으로 오해할 일도 없다. 단지, 내가 주소를 말하기 전부터 긴장을 하고 말하고 나면 괜히 기분이 나빠진다는 것이 문제다. 별것 아닌 일에 내가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남편은 '열여덟'이나 '일, 팔'로 대답하라고 한다. 그렇게 해보려고 했으나 나는 꼭 18이라고 대답하고 만다. 18을 18로 이야기하는 것이 맞는 거지.


지번 주소는 숫자 뒤에 '번지'라는 낱말이 붙어 있었는데 도로명에도 뭐 다른 말이라도 붙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다가 남편에게 시청에 전화해서 도로명 숫자를 바꿔달라고 해보라고 했다. 얼탱이 없다며 핀잔만 듣고 말았다.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억지다. 그냥 해 본 소리다. 혹시라도 맞장구를 쳐주면 나만 이 18에 열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려고 했는데 주소는 주소일 뿐이라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다.


언제나 나만 문제지. 에잇 나머지 주소 18







이전 02화 결혼은 했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