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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Jan 27. 2023

숙면 가족

책장이 무너지다

자다가 경기하듯 일어났다. 거실에서 어마어마한 소리가 난 것이다. 지진이나 혹은 폭격이라도 당한 듯한 소리다. 집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에도 남편의 코 고는 소리는 이상 무. 아이들도 제 방에서 꿈나라를 헤매는 듯 사뭇 조용하다.


내가 꿈을 꾸었나 싶었지만 꿈이라고 하기엔 설명하기 힘든 여진 같은 이 느낌.  별똥별이 거실에 떨어진 것은 아닌지 확인해 보기로 하고 방을 나서니


책장이 무너졌다.


책장이 책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빠개져서 엎어져 있었다. 책장에 꽂아놓은 책 위에 또 책을 올리고 올리고 한 나의 실수 때문에 책장칸이 뽀개지고 그러면서 책이 바닥으로 흐르다 냅다 모든 책들과 함께 책장이 엎어졌을 것이다. 거실에서 자고 있었다면 납짝콩이 되어 뉴스에 날 뻔했다.


혼자서는 처리할 수 없는 광경이지만 밤이 깊어 식구들을 깨울 수가 없다. 아니, 이렇게 푹 자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깨운단 말인가. 아이들을 키울 때 아기가 울기라도 하면  나는 자다가도 스프링이 달린 것처럼 벌떡 일어나 아기를 돌보았다. 남편은 미동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남편이 잠귀가 어두운가 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우리 아이들도 그런가 보다. 으찌나 잘 자는지... 벌써 몇 년 전 이야기다.


이번 명절 아침. 차례준비를 하는데 식구들은 일어 남직한 시간에도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다. 떡국을 끓일 준비를 마치고 식탁위에 전날 부친 전들과 차례상에 올릴 것을 꺼내 놓았다. 그러다 혼자 제기를 식탁으로 나르다가 딸방으로 가는 계단에 우르르 쏟고 말았다. 딸 방은 주방 아래쪽에 있다. 퉁땅 콩콩콩 뚱땅 하며 제기들이 계단을 통통 굴러가는 어마어마한 소리에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딸이 이게 무슨 일이야 하고 뛰어나오고, 아들이 놀란 눈으로 슬그머니 방문을 열고, 남편이 헐레벌떡 뛰어나와 제기가 깨진 것은 아닌지 계단 아래로 뛰어가 수습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모두 평온 그 자체. 남편의 코 고는 소리가 변함없다. 잠을 잘 자는 남편을 두어서 참 다행이다. 내가 밤새 나가 놀다 와도 들킬 염려가 전혀 없다. 전쟁이 나도 우선 내가 짐을 다 싸 놓고 차에 싣고 먹을 것을 준비하고 따뜻한 커피 한잔 타서 차 컵 홀더에 꽂아 놓으면 피난 가자고 일어날 냥반들.


잘 자서 다행이다. 크게 아프지 않은 건강한 몸을 가지려면 잠만 한 보약이 있을까. 나에게 없는 숙면.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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