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의 아이들이 찍은 사진 한 장 -2-
단빛 사진 전시회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사진의 최종 제목을 정하는 일이 남았다.
"우영아 이번 전시회에 네 사진의 제목을 무엇으로 정해볼까?"
수업을 마치고 교실에서 우영이가 찍은 사진을 TV 화면에 띄워놓고 물어보았다.
"음... 음... 게모임이요."
"응? 게모임?"
"게가 많이 모여있으니까 게모임이요."
제목 그대로 해석하면 게가 많이 모여있기 때문에 게모임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데 마침 계모임과 발음도 유사하기 때문에 게들이 계모임으로 모였다는 중의적 해석도 가능하였다.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의 제목이라 생각되었다.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이 계모임이라는 말을 알고 있을까? 혹시 계모임이라는 말은 모르면서 그냥 게모임이라고 지은 것인데 내가 확대 해석한 것은 아닐까?
이런 약간의 의구심을 품은채 우영이에게 질문을 해보았다.
"우영아 왜 제목을 게모임으로 정했니?"
"어제 엄마가 계모임도 다녀와서 생각났고, 게들도 많이 모여있으니까 게모임으로 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우영이의 대답에 의구심은 기특함과 감탄으로 바뀌었고 오히려 나는 왜 이런 기발한 제목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하는 약간의 자책도 들었다.
사진 전시회에서 우영이의 '게모임'작품은 기발한 제목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처음의 나처럼 많은 관람객들이 진짜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지은 제목인지 의구심을 품고 물어보기도 하였다. 나도 감탄했듯 다른 관람객들도 우영이의 제목 작명 실력에 감탄하였다. 교실에서의 나 혼자만의 감탄을 학교 밖으로 꺼내어 들고 나온 사진 전시회가 된 것 같아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청소년 사진 동아리 단빛 사진전시회 홈페이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