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의 아이들이 찍은 사진 한 장 -24-
5년 전 늦가을 늦은 밤 별 일주 사진을 찍고자 카메라와 삼각대를 이고 근무하는 학교 운동장으로 나갔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별자리가 원의 형태로 도는 궤적을 찍고 싶었다. 그래서 휴대폰 앱으로 북극성 위치를 확인해보았다.
나는 바로 극적인 우연 같은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학교 가운데 북극성이 위치해 있다는 것이었다.
북극성 바로 아래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가슴 설레었다.
그리고 한 시간 가량 촬영하여 별 일주 궤적 아래 낭만적인 학교의 모습을 얻었고 나는 그 해 이 사진을 크게 인화하여 학교 역사관에 전시하였다.
3년 전 <세 얼간이>의 마지막 엔딩 장면 촬영지로 유명한 북인도의 판공초에 위치한 메락 마을에 2박 3일을 머물렀었다. 판공초는 유리같이 맑은 호수로도 유명하지만 고원지대에 위치해 있기에 밤에 쏟아지는 별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였다. 나는 그 쏟아지는 별들이 너무 보고 싶어 다른 일정을 줄이고 2박 3일을 메락 마을 민박집에 머물렀었다. 그곳에서 본 밤하늘의 별들은 바로 내 머리 위에 있는 모빌처럼 가깝게 느껴졌었다. 별들에 닿을듯한 그 감동에 가슴이 별빛처럼 반짝이듯 두근거렸었다.
다음날 민박집을 전경으로 별을 촬영한 사진을 포켓 프린터로 인화하여 주인 부부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러자 부부가 매우 기뻐하며 자기 아들도 이곳에서 자라서 천문학자가 되어 공부 중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별을 매일 보고 자란 소년이 별을 찾으러 나선 이야기가 동화처럼 아름답다고 생각했었다.
북인도 여행 다음 해에는 끝없이 초원이 펼쳐져있는 몽골로 여행을 갔다. 은하수가 맨눈으로도 쉽게 보이는 이곳에서야 은하수가 얼마나 거대한지를 알았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법은 구 모양으로 생긴 지구의 천장을 따라 고개를 돌려가며 은하수 길을 따라 감상하는 것이었다. 정면을 향해 있던 고개가 은하수 길 따라 위를 향하게 되면 별들이 쏟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눈을 별들로 빼곡히 채우는 순간은 영원으로 느껴졌었다.
특별한 곳에서 좋은 장비로 별 사진을 촬영했었지만 아이들이 찍은 별 사진을 보면 내가 별을 만나러 해외까지 다녀온 일은 유난을 떤 것이 아닌가 싶다. 지상에 내려온 별을 찾은 아이들의 시선이 사진 속에서 별과 함께 더욱 빛이 난다. 그래서 나의 다음 별 사진은 특별한 장소에서 더 좋은 장비로 찍은 별 사진이기보다 아이들처럼 나만의 별을 찾아서 찍은 사진이면 좋겠다. 그러러면 내 일상에서 반짝이는 별들을 볼 수 있도록 시선을 아이들처럼 맑게 씻어나가야 하는데 그것은 꽤나 힘든 숙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