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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민 Dec 02. 2022

무지개를 만난 순간의 기록

진도 한 달 살기 -3-

숙소에서 할 일없이 빈둥거리다가 해 질 무렵에야 저녁밥 먹으러 나갔다. 여행 중 천금 같은 하루를 허비한 나에게 진도의 하늘은 벌이라도 주려는 듯 지난날보다 더 화려하게 노을 져 있었다.

'아... 오늘 부지런하게 돌아다닐걸...'

카메라도 숙소에 두고 온 나는 이제 곧 사라질 노을을 아쉬워하며 초평항으로 가는 언덕길 도로를 탔다. 그런데 언덕길 도로의 끝에서 나는 예상치도 못하게 하늘에 그려진 또 다른 언덕길을 만났다. 그것은 바로 무지개였다.

무지개가 곧 사라질까 봐 다른 장소로 더 이동해 볼 생각은 못하고 길가에 차를 세웠다. 무지개 아래서 노을 진 초평항은 그림 같았고 나는 그 풍경을 핸드폰으로 담았다.


무지개를 만난 순간은 행운이었고 무지개를 담은 시간은 행복이었다.

진도 초평항



여행 중에 무지개를 본 것은 이번 진도여행까지 합쳐서 세 번째였다. 정작 내가 사는 주거지에서는 무지개를 본 기억이 없는데 짧은 기간을 가는 여행지에서 무지개를 만난다는 것은 분명 축복일 것이다.


여행 중에 만난 첫 번째 무지개는 북인도 라다크 지역을 여행하면서 갔던 '누부라밸리 투르툭 마을'의 쌍무지개였다. 투르툭 마을에는 삼일을 머물렀었는데 나의 버킷리스트는 이곳에서 은하수를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머문 기간 동안 구름 낀 날씨는 계속되어 은하수는 볼 수 없었고 대신 기대치 않았던 무지개를 본 것이었다. 


바위산 사이에 걸친 무지개가 역설적으로 더 아름다웠다. 무지개의 끝이 끝내 건너편까지 닿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긴 했지만 은하수를 못 본 아쉬움을 잊게 해 준 투르툭 마을의 아름다운 선물이었다. 

누브라밸리 투르툭 마을



여행 중에 만난 두 번째 무지개는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본 무지개였다. 하늘에 걸린 무지개가 아니라 타고 있는 유람선 바로 앞에 그려진 무지개라서 손에 꼭 닿을 것만 같았다. 보통 무지개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이미지인데 이곳의 무지개는 폭포의 천둥 같은 소리가 잦아들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을 힘차고 생명력 있는 이미지의 무지개였다.

나이아가라폭포 유람선 투어 중 (캐나다 쪽)



핸드폰으로 촬영한 초평항 사진을 다시 확인해보았다. 하늘의 무지개는 바다로 쏟아지려하고 있었고 바다는 무지개와 노을이 함께 스며들어 애절한 빛을 품고 있었다. 


난 사진 속 무지개 아래 어선에 타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음에 느닷없이 만나게 될 무지개를 향해 계속 여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진도 초평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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