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나무를 한 바퀴 둘러보며 이 나무가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아가에게 이야기해주었다. 아가는 가지를 받치고 있는 지지대를 마치 할아버지의 지팡이처럼 보는 듯했다.
진도 상만리 비자나무
고목들을 보면 생각나는 곳이 있다. 바로 미얀마 삔다야의 '더봄바진' 숲이다. 6년 전에 여행한 곳인데 삼천 년 넘은 고목들이 가로수처럼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였으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울타리를 쳐놓았을 삼천 년 고목인데 그 아래서 그네를 타고 있는 아이의 모습까지 만날 수 있었다.
그네를 흔들며 하늘에 발길질하는 그 아이는 웃음 짓고 있었고 고목은 이파리 하나 미동하지 않으며 아이와 그네를 기꺼이 버텨주었다.
'누가 이 그네를 나무에 처음 걸어주었을까?'
그때 난 그것이 무엇보다 궁금했었다.
미얀마 삔다야 '더 봄바진 숲'
진도 한 달 살기의 네 번째 숙소 '우정농원가든'에는 할아버지가 손주들을 위해 만든 나무 놀이터가 있었다. 그 나무 놀이터에는 오두막도 있고 그네도 있고 트램펄린도 있었다. 일주일 머무는 동안 우리 아가는 사장님 손녀와 나무 놀이터에서 같이 놀며 친해졌다.
상만리 비자나무를 보면서 그렸던 과거의 풍경과 더봄바진 숲에서 보았던 그네 타던 풍경이 현실이 되어 눈앞에 펼쳐졌다. 나무 아래서 '까르르' 웃으며 신나게 노는 아가는 분명 우리 아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