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바쁘면 환절기에 만나자

보고 싶은 사람은 꼭 만나야 한다.

by 원영대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바쁘면 환절기에라도 만나자’

오래전 어느 시집에서 읽은 구절이 가을비가 내리는 저녁에 문득 생각이 난다. 꽤나 오래된 시집 속의 문구인데 이 시간에 생각이 나는 것을 보면 그 의미가 가슴에 큰 울림을 주었던 것 같다. 너무나 바쁜 세상에 살고 있어 만남이 어려운 시기에 코로나로 거리 두기가 생활이 되어 버렸다. 만남 자체가 두렵고 꺼림칙한 시대에 살고 있다.

저 시집을 쓴 시인의 시대에도 사람들이 너무 바쁘게 살아가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누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절실해서 환절기의 만남까지 원했던 것일까? 분명한 건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아픔은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 더 아프다.


내 고향인 제천에는 박달재라는 고개가 있다. 울고 넘는 박달재라는 노래로 유명해진 고개이다. 위치상으로 제천시 평동면에서 봉양읍 사이에 박달재가 있다. 박달재의 유래는 경상도 청년인 박달이 과거시험을 보러 한양으로 가다가 박달재 아랫마을에 사는 금봉이라는 처녀에게 한눈에 반한다. 이들은 며칠간의 사랑을 나눈 뒤 박달이 과거에 급제를 위해 한양으로 떠난다.

이후 박달에게는 소식이 없고 금봉은 박달만 기다리다 죽음을 맞이한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박달은 그곳으로 달려왔지만 금봉은 없었다. 어느 날 금봉의 환영을 잡으려다 박달은 절벽에서 떨어져 죽게 되었다. 이때부터 이 고개를 박달재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금봉이 박달을 기다리며 얼마나 많은 시간을 그리움으로 보냈을까. 상상할 수가 없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볼 수 없는 이의 심정은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헤아릴 수 없다. 먼 길을 떠난 서방님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된 이야기들을 비롯하여 그리움을 죽음으로 대신한 많은 이야기들이 전설로 내려오고 있다. 그만큼 만남에 대한 그리움은 오래전부터 우리 생활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환절기는 짧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이며, 두 계절이 겹치는 시간으로 계절의 감각을 잃어버리기 쉽다. 아침과 한낮의 온도와 날씨가 다르다. 이렇게 짧고 계절 감각이 없는 시간에라도 보고 싶은 사람과의 만남을 이루고 싶은 것이다.


환절기에는 환자들이 많은 시기이다. 아픔이 많은 시기이다. 아픔을 견디고 이겨내면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수 있다. 새로운 계절에는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게 된다. 계절이 주는 변화가 새로운 기대를 품게 한다. 만남은 늘 설렌다. 우리들의 삶에서 설렘이 주는 행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만남을 약속한 몇 시간 전부터, 며칠 전부터 만남의 행복을 상상하며 웃음 짓는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만남에 대한 커다란 벽이 생기면서 그리움에 대한 우울감은 날로 더해 간다.


환절기마저 사라져 버린 만남의 시간과 기회는 언젠간 다시 찾아올 것이다. 좌절하지 않고 만남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반드시 행복의 시간은 찾아온다. 코로나가 커다란 가위를 들고 우리 주위에서 만남의 끈을 잘라버리려 애쓰지만 결국 우리의 절실함이 이길 것이다. 그때는 환절기가 아닌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만나 즐기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박달재에 올라 금봉이 박달을 기다렸던 아련하고 간절했던 심정을 느껴봐야겠다. 어느덧 계절은 환절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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