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잇길의 단풍이 화려한 명산의 단풍보다 아름답다.
온 동네가 가을 낙엽으로 포장이 되었다.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하다가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계절의 변화를 알아채곤 한다. 바쁘게 지내는 일상이지만 계절의 변화를 알아채는 건 어렵다. 아마도 나의 관심이 다른 곳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오랜만에 늦은 저녁을 먹고 아파트 주위를 산책했다. 아들이 온다는 소식에 배고픔을 참고 기다렸던 탓인지 평소보다 많은 저녁을 먹었다. 그 탓인지 배가 더부룩해져 불편해졌다. 설거지를 마치고 아내에게 가볍게 산책을 권유했고 흔쾌히 동의했다.
아파트 주위의 계절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숙이 가을에 들어와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온통 울긋불긋한 낙엽과 단풍이 천지다. 굳이 시간을 내어 설악산으로 혹은 내장산으로 단풍 구경을 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대담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가을 단풍은 소소한 이곳의 단풍과는 또 다른 풍광 이리라.
가을 단풍을 경험하고 느끼고 즐겼던 시절이 언제였던가 기억을 해본다. 아주 오래전 일이다. 지난해에도 이곳의 단풍은 이와 같이 화려 했을 텐데 단풍을 즐겼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에서 사라진 것인지, 기억이 없던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올해의 낙엽 밟는 소리는 희망가로 들린다. 일상의 회복을 시작했고 밟을 때마다 들리는 낙엽소리는 내일의 희망을 이야기해 주는 듯하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떨어졌던 낙엽 아래에서 새 생명이 태어나고, 그때쯤이면 새로운 우리들의 행복을 시작할 수 있을까. 낙엽 밟는 소리가 아름답게 들리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