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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다정 May 01. 2024

잔해의 무덤 위에 올릴 꽃을 준비할 때

안정감이 얕은 가정에서 자랐다. 


없는 집안끼리 없이 만나, 하는 일마다 풀리지 않아서였을까? 모든 것을 맡기고 싶었던 남자와 자신을 쉬게 해줄 남자를 바랬던 여자의 동상이몽이 만들어낸 비극이였을까? ‘이러다 누구 하나 죽어야 끝나겠구나.’ 싶은  가정이 내게는  메마른 호수 같았다. 


아빠 심기를 지키려 내 심지는 꺼두어야 하는 날이 잦았다. 한 번씩 분노의 쓰나미가  휩쓸고 간 다음날,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고 방문을 나와, 집안에 남아있는 잔해를 넘어 대문을 열고, 나를 기다리는 친구와 아무렇지 않게 인사하며 평상시처럼 학교로 향했다. 


보여지는 모습은 평온하고 밝은 아이였지만, 그 속에 쌓여만 갔던  태우지 못한 내 심지와 그 분들이 남긴 잔해의 무덤들이 있었다. 밝지만 무덤덤하고,  다정고도  무정한 사람으로 자라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다정한 사람과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그 때 알았다. 다정함 만으로도 안전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을


이 단란한 공간엔  크고 작은 갈등이 있다 해도, 서로의 욕구와 감정을 표현하고, 조율하는 것이 가능했다.  다정한 이와 함께 하는 우리 집엔 쓰나미 경보 따윈 없었다.  


그러다보니 무덤덤하게 넘겨야하는 날보다 웃는날이 많고, 상처받을까 싶어 무정하게 대하기보다 미소가 피어나는 다정한 순간들이 많아졌다.


이제 마음 속 잔해의 무덤 위에 살포시 꽃을 올리고, 다정하기에 안전한 오늘을 꽃 피워야겠다. 









**연재 브런치북으로 다시 이어가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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