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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다정 May 15. 2024

아빠, 다정한 가족이 부럽다고 말해요

부모와 형제에게 다정함을 느껴보지 못했던 아빠는 , 다정한 순간들이 유난스러우셨던 모양이다.


누구 하나 잘 풀린 사람은 없지만 , 누구 하나 남 탓하는 사람도 없는 ,  엄마네 가족들을 아빠는 늘 탐탁치 않아 하셨다.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앞장 서 달려오는 사람들 ,  음악과 술을 좋아하는 터라 함께 모이면 흥이 빠질 수 없는 그 다정한 가족애 안에서 아빠는 “유난이네 유난이야” 라며  혀를 찼다.


당신네 가족들 역시 , 누구 하나 잘 풀린 사람이 없고, 가족일에 누구 하나 유난스럽게 나서는 사람도 없었다. 돈이 없으니 일하느라 시간도 없어서 연락도 없는 가족들 뿐이다. 모이면 서로의 아픔만 봐주길 바라니, 그저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아마 아빠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조카들을 보러 오는 날이면  얇은 지갑을 털어 맛난 과자들을 가득 사주곤 , 허허 웃으시던 일용직 노동자인 외삼촌의 뒷모습과 , 목욕탕에서 손이 부르트도록 일하면서도 동생인 엄마가 아플 때마다 , 안부를 묻기 위해 불은 손으로 번호를 눌렀을 큰이모의 전화벨 소리를 , 유난이라 부르며 혀를 찼지만 본인이 제일 그리웠던 감정이라는 것을. 


그 다정함이 부럽다고 솔직하게 인정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엄마네 식구들 만큼이나 음악과 술을 좋아하는 분이시니 적어도 한번쯤은 다정한 흥가락에 취해 신명나게 놀아 보기라도 하셨을텐데 .. 


없는 집안에 장남으로써 , 본인 의사와는 다르게 일찍부터 돈벌이를 하러 나서야 했던 시절 , 부모에게  본인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 볼 수도 없었을 것이며 , 표현한들 그 마음을 존중해 줄 형편이 되지 않았던 부모 밑에서 자란 아빠는 ,  어른이 된 이후에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으셨나보다.


그런 아빠를 통해 엄마가 된 나를 돌아본다.


세살 버릇 여든 까지 간다고 ,  세살 아이의 마음그릇을 잘 만들어 주면 , 여든 까지 잘 빚어진 마음그릇에 색색가지 맛난 재료들을 담으며 살아갈 ,  우리 아이에게 


나는 그 역할을 잘 하고 있나 ?   

나는 오늘 아이의 마음을 존중 했던가 ?     



/



“아빠 , 저는 솔이가 본인의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표현할 줄 아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  아이의 마음을 존중해주는 엄마가 되려 해요.  혹시 .. 가끔 아빠의 마음도 존중받고 싶을 때 , 연락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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