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곳은 마음이 아플 정도로 따듯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나를 위한 축복이었으니. 유독 그을려진 하늘만이 사랑뿐인 이 세상의 불운이었다.
더없이 행복하기만 한 세상. 언젠가 내가 꾸던 꿈이었다.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고, 그래서 더 가고 싶은 곳이라고. 그리고 이곳에서 다시 태어난 날, 역시 유토피아는 없는 거라고 생각했다.
따듯하다가도 뜨거운 햇살과 산들거리다 부서지는 바람, 때로는 넘쳐흘러 나를 녹이려는 물줄기까지. 그래서 더 다채로웠다. 모든 악재를 이겨내고 피어나는 꽃이야말로 행복의 정수를 알았기에 더 아름다웠다. 하지만 이곳에는 그런 게 없었다. 오로지 행복하기만 할 뿐인 세상. 그래서 내게 더 암울한 세상. 이곳에서 핀 꽃들은 전생의 못다 핀 꽃들보다도 지저분했다.
우리가 낙원에서 태어났다고 한들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행복만으로는 행복할 수 없는 존재이니까. 어떤 이는 말한다. 행복의 씨앗은 불행이라고. 나 또한 실감했다. 밤이 오도록 빛나는 아침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결국 으스러졌다. 너무 많은 사랑을 받은 탓에, 사랑하는 이가 사랑하는 이를 무너트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