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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들이 Jan 29. 2024

|동명

기연입니다 

내가

내가 아니라니요

검은 이름을 가진 제가요

어떻게 당신께 글을 쓰고 있는지도요


당신에게는 이름이 있습니까

나비가 대신 말해주는군요

당신의 배경은 검은색이었을 거라고

이름은 보이지 않았답니다


하얀 배경에 검은 이름을 던져보면

이름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배경은 이름을 다시 토해내고


나는 창을 등지고 검정을 바라봅니다

해가 저무는 시각, 그림자에는 머리가 없습니다


당신은 창 너머에 있을 테지요

어느새 나의 성도 훔쳐 가셨습니다


사실 나는요

벽에 비친 황혼 사이에서 당신의 이름을 보았습니다

뒤돌아 당신에게 가고 싶었지만

배경을 잃은 나는 당신을 볼 수 없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그곳에 계십니까

방향을 읽는 법도 모르시면서

무엇을 보며 나아가시는 겁니까


당신의 이름을 본 후로

나는 이제 배경에 목메이지 않습니다

머리 없는 그림자를 따라 새벽으로 가겠습니다


더이상 말을 전해 줄 나비는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에게는 닿을 줄 압니다


당신은 나와 다르지 않다는 걸

역시나 당신도 창을 등지고

영원히 깊어진 밤을 유랑하게 될 거라고요.





사진

https://kr.freepik.com/free-photo/abstract-city-building-shadows_22894355.htm#page=7&query=%EB%B0%A4%EC%9D%98%20%EC%B0%BD%EB%AC%B8&position=13&from_view=search&track=ais&uuid=7bd38b37-8528-4e2b-b228-028c4cc408c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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