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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우 Jun 28. 2022

이상한 사랑 2

아빠와의 마지막 50일

뭔가 올 게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뭔가 어디가 안 좋은 게 분명해'


회사에서 전화를 받고 놀란 나는 일단 마음을 진정시키고 엄마에게 "아빠, 병원을 가야 할 거 같아"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빠는 완강하게 병원행을 거부하는 거 같았고, 시간이 지나 몸을 일으켰다는 소식에 엄마 역시 "병원 갈 정도는 아니지 않아?"라며 애써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그날 밤, 아내는 응급실행을 제안했다.

"내가 아버님 증상을 검색해 봤는데, 그 정도면 큰 일일 수도 있어"

밤은 이미 깊어 시간은 12시를 향해 갔고, 나도 다음날 출근할 생각에 아내의 충고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빠의 증세가 회복했다는 소식은 나를 다시 안심시켰다.

"근데, 아빠 다시 일어났대. 응급실 정도는 아니고 큰 병원 예약해서 가면 되지 않을까?"


그럼에도 아내는 의외로 완강했다. 과거에 장인 어른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냈기에 아내는 더더욱 조바심이 났던 거 같다. 아내는 자칫 아빠가 암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꺼냈고, 설사 아니더라도 그 정도의 증세라면 한 번쯤 응급실에 가서 진료받아야 한다고, 또 시간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아내의 설득에 밤 12시에 넘은 시각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아무래도 응급실 가야할 거 같아"

"갑자기 무슨 소리야? 왜?"

"아빠 증상이 생각보다 안 좋은 거 일수도 있어"

"그냥 큰 병원 예약해서 가면 되지, 이 시간에 갑자기 응급실을 왜 가?"

"큰 병원 예약 잡기도 힘들어. 시간도 걸리고.. 그냥 응급실 가서 검사 받는 게 나은 거 같아"

엄마는 오밤 중에 갑작스러운 응급실 이야기에 짜증이 난 듯 했지만, 우리의 의견도 무시할 수 없어 대신 다음날 가자고 말했다.


나도 귀찮음 반, '하루가 늦는다고 어떻게 되진 않겠지'라는 마음 반, 결국 우린 다음날 응급실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다음 날, 아빠는 응급실을 가지 않겠다고 난리를 피웠다.

엄마는 그런 아빠를 붙잡고 설득에 설득을 했지만 완강했다. 답답한 마음에 엄마는 근처에 사는 이모들까지 불러서 '설득 작전'에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엄마는 내게 전화를 걸어 "아빠가 자꾸 안 간대" 라며 답답해했고, 내가 집으로 출동하기로 했다.

'어떻게든 끌고 나와야지'

굳은 다짐을 하고 아내와 집으로 향했다.


아빠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멍하니 천장만 응시할 뿐이었다.

아빠가 있는 안방의 공기는 무거웠고, 이상하게 나도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아빠, 내가 생각했을 때는 응급실을 가야 해. 큰 병원 예약해도 한참 걸리고, 차라리 집 근처 병원 응급실에서 빨리 검사하는 게 낫잖아"

"그래"


의외로 아빠는 순순히 가겠다고 했다. 엄마도 놀란 눈치였다. 갑작스러운 아빠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모두가 나서 아빠를 부축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아빠는 아들인 내가 "병원 가자"는 이야기를 기다린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아들과 함께 가야 더 마음이 든든해서 그런 걸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아빠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물어볼 걸 그랬다.


아빠는 힘겹게 한 발, 한 발 걸음을 뗐다. 확실히 며칠 사이의 아빠의 걸음 속도는 느려졌고, 힘겨워졌다. 

'어떻게 며칠 사이에 이럴 수 있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집 근처 대학병원에 도착해 응급실로 향했다. 엄마와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고, 그럴 수록 아빠는 우리의 발걸음을 따라잡기 어려웠다. 엄마는 "왜 그렇게 못 걸어?"라며 답답해했는데, 그 때 병원 직원 분이 "휠체어를 쓰세요"라고 도움을 주셨다.


내가 휠체어로 아빠를 태우고 응급실 입구로 향했다.

아빠의 표정은 편안해보였다. 그냥 처음부터 아빠를 휠체어에 태웠으면 좋았을 텐데, 아빠는 "도와달라"는 말도 없이 묵묵히 우리를 향해 걸어왔고, 가족인 엄마와 나는 그저 재촉만 하고 있었던 셈이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우리가 아빠에게 그렇게 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응급실은 아빠와 엄마만 들어갈 수 있었고, 나는 밖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검사는 시작됐고, 이제 기다림의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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