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옥을짓다 Jul 04. 2020

한옥, 외형보다
드러나지않은 내면이 좋다.

집을 짓기로 계획하다.

과거 왕조 교체기 어김없이 수도의 이전을 두고 풍수의 논쟁이 붙곤 했다.  그 논쟁 이면에는 기득권 세력의 세대교체를 의미하기도 하였는데 인간이 어떻게 자연과 조화롭게 살 것인가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풍수는 뒷산이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고 사람의 생존에 필요한 물이 앞에 놓인 지형을 좋은 땅이라 여겼다.  그 시작은 전쟁에 유리한 지형을 차지하기 위한 선점 과정에서 일상생활의 여러 사상들과 어울려 발전해온 것이라 추측하기도 한다.


집의 향


안대는 집에서 바라다 보이는 빼어난 봉우리를 말하는데 옛사람들은 오늘날과 같이 남향을 기준으로 집의 방향을 설정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좋은 경치나 집 앞으로 바라보이는 산 봉우리를 기준으로 집의 향이 정해졌는데 같은 마을에 있는 집이라도 자연을 바라보는 주인장 마음 따라 그 향을 달리하여 집을 놓았다.


[마을의 터는 뒤편이나 좌우를 감싸는 언덕, 바라볼 앞산, 맑은 물이 충분히 흘러야..(생략).. 풍수지리설은 산의 모습이나 물이 흐르는 양상 등에 따라 길한 터전을 택하려는 생각은 조선시대 지식층에게는 널리 보편화되었다.   집을 짓고 집의 향을 결정하는 문제에서는 지형조건에 따른 변용과 융통적인 해석이 따랐다.   한국 건축의 역사 - 김동욱]


이항로 고택 - 배산임수의 형태지만 집의 향은 북서쪽에 가깝다.


풍수를 논할 지식은 없다.  다만 알을 품는 형국이라는.. 등, 어디서 들어 봄직한 풍수와 관련된 말들은 땅의 모양새를 문자나 상서로운 동물의 형상에 비추어 그 땅의 성질과 기운을 해석하기도 하며 작은 의미에서의 풍수지리는 집의 모양으로도 표현되었다는 게 전부이다.


마당


[한국 전통 건축의 마당에는 나무가 거의 없는데 이는 입 구(口) 자의 마당에 나무 목(木) 자를 넣으면 피곤할 곤(困) 자가 되기 때문이다.  (생략) 안채, 사랑채, 사당까지 고려하면 고택은 "口"자가 세 개 겹친 품(品) 자형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一"자 모양의 집을 늘려가면 "口"자 형태를 만들 수 있고 다시 "口"자를 늘리면 쌓인다는 품(品) 자형 구조가 된다.  따라서 "品"자형 구조는 전형적인 재력가의 가옥임을 상징한다.  운강고택 / 중요 민속자료 기록화 보고서]


운강고택  -  중요민속자료 기록화 보고서 참조 (사진 / 도면)


과거 건물의 배치는 각각의 기능에 따라 구분되어 위치하게 하였는데 건물과 건물 사이의 공간, 건물과 담장 사이의 터는 생활의 공간이자 마당이 되었다.  꿈보다 해석이 좋다고 했던가 한옥의 마당은 잔디나 장식을 하는 게 드물다.  담을 경계로 뒷마당에 작은 화단을 만들거나 과일수를 심어 사색과 생활공간을 만들지만 앞에 놓이는 마당의 중앙에는 화단을 꾸미는 경우가 적다.  혹자는 다양함을 채우기 위해 비워두는 유연한 공간으로써 놀이터가 되거나 작업장, 쌓아두는 공간으로  다양한 기능이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마당을 바라보기도 한다.  한옥은 이런 마당을 잘 표현하는 건축물로 감상의 대상이 아닌 사람들의 생활을 담는 공간으로 존재하여왔다


한옥은 나무와 흙이라는 자연 친화적 재료를 사용하면서 비와 태양에 의한 피해를 줄이고자 처마를 길게 내미는 구조로 발전하였다.  긴 처마는 내부 공간에 자연광 유입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여 마당에 마사토를 깔아 반사되는 빛을 실내로 유입하려 했다는 선조들의 지혜는 데워진 앞마당의 열기가 상승하면서 뒷마당의 공기를 끌어들이는 마당의 순 기능이 시원한 마루를 만들어 한 여름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기도 하였다.

또한 마당에 잔듸를 깔지 않는 것은 벌레의 유입을 줄이려는 의도도 있다.  


대문


대문으로 들어오는 사람과 마주 보는 것이 부끄러운지 아니면 고관대작이라도 남의 집을 들 때에는 주의해서 들어오라는 의도에서 인지 반가의 대문을 지난 시선은 마당의 측면에 놓이거나 벽에 가로막혀 내부 공간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두려움으로 인해 행동을 조심스럽게 만들고 말하지 않아도 방문자 스스로 느끼게 하는 공간의 구성이 놀랍다.    


경주 서배당 (문화재청) / 선교장 안채 내외벽 (강릉시)


오래전부터 우리의 선배들이 살아온 공간을 넓게 정의해 한옥이라 한다면 그 안에는 초가집, 외피 집, 귀틀집, 기와집... 등으로 말할 수 있다.  특히 기와집은 고급주택으로 나라에서 운영하는 궁궐이나 관청 이외에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의 거주처이기도 하였다.  산업의 발달은 과거의 틀을 벗어나 선택의 폭이 넓어져 서울의 아파트 값보다 저렴하게 지을 수 있는데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멋으로의 한옥이 아닌 살아가는 공간으로써의 한옥이기를 바란다,   

이전 10화 한옥의 담, 높기도 하고 낮기도 하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