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화성능
하늘에서 내려진 벼락은 나무로 인해 불이 되었다.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의 벼락 끝에서 불씨를 훔쳐 회향나무속에 숨긴 이후로 인간들은 나무가 불에 타는 성질을 가졌다는 오해에서 나무가 불에 약할 거라는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두꺼운 나무는 쉽게 불붙지 않는다.
제갈공명은 강 위에 배를 띄워 조조 군에게서 10만 개의 화살을 얻어 돌아왔다. 유명한 적벽대전에서 벌어진 얘기다. 10만 개의 화살 중 누군가 화살에 불을 붙여 쏘았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르는 일이다.
안개라는 설정이 있긴 하지만 표적이 나무로 된 배라면 불화살로 쐈어야 했다. 군인이 반복된 훈련을 받는 것은 무의식 중에서도 싸워 이길 수 있는 행동을 하기 위해서다. 당연 나무로 된 배라면 화살에 불을 붙여 조준해야 했다. 그러나 장강의 싸움터에선 자신들을 조롱하는 제갈량을 향해 아무도 화살에 불을 붙이지 않았다.
불화살로는 배를 태울 수 없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았기 때문이다.
나무는 고온에서도 일정 강도를 유지하는 특성을 갖는다.
현재의 건축법은 위급 상황에 사람의 안전을 보장할 시설물이나 재료들을 법으로 규정해 놓았다.
특히 나무를 재료로 하는 건축물을 지을 때는 내화성능이 인정된 재료를 사용하여야 한다.
내화성능이란
화재 발생시 건축부재가 무너지지 않고 내구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며 버티는 성능을 말하는 것으로 재료가 불에 타느냐 안 타느냐의 문제가 아닌 불이 붙었을 때 얼마나 오랫동안 하중을 지지할 수 있느냐를 수치화한 것이다.
나무는 고온에 노출됐을 때 바깥쪽부터 타들어 가지만 열 전도율이 낮아 일정 시간이 지나지 않는다면 안쪽 중심부는 타지 않는다. 두터운 고기에 강한 열기를 가하면 겉은 쉽게 타지만 속은 그대로인 경우와 같다.
건축재료 중 철은 열 전도가 빨라 온도가 높아지면 강도를 잃는 속도가 나무보다 빨라진다. 지구의 평균온도가 5도 이상 상승한다면 파리의 에펠탑이 자체 무게에 의해서 무너진다는 가설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에 개발되는 집성재(나무를 짜깁기 한 판재)들은 콘크리트보다 구조적 강도와 내화성능이 좋은 이유로 유럽에서는 고층의 건축물들을 제작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