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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유 Oct 20. 2023

가을 우체국 앞에서

-노래를 통해 내 삶에 찾아오는 질문에 대하여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노오란 은행잎들이 바람에 날려가고

지나는 사람들 같이 저 멀리 가는 걸 보네

#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

한여름 소나기 쏟아져도 굳세게 버틴 꽃들과

지난 겨울 눈보라에도 우뚝 서있는 나무들 같이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저 홀로 설 수 있을까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우연한 생각에 빠져 날 저물도록 몰랐네

(가을 우체국 앞에서/윤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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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스스로 모든 일에 독립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살아가는데 있어서 독립된 개체들이 모여 상생을 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숨어 있다.

나 홀로 잘 살아갈 순 없다.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드라마의 ost에 <가을 우체국 앞에서> 노래가 흘러나왔다. 무심코 들었던 노래였는데 이토록 심오한 철학이 담겨 있다니.....

그렇다. 인간은 홀로이지만 함께라는 단어를 꼭 안고 살아가야 한다.

누군가를 기다리다가 아름다움을 발견한 이의 시야에는 세찬 비바람을 이겨내고 굳세게 버틴 나무와 꽃들의 경이로움을 예찬하고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고난을 이겨내고 실패를 거름 삼아 성공하기까지 보이지 않는 상처와 노력 성장이 있어 더 돋보이고 아름답고 경이롭기까지 할 것이다.

아름다움의 기준이 뭘까? 생각해 본다. 희귀한 보석이 아름답고 명품이 아름답고 아름다운 디자인이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지만 실로 아름다운 것은 겉이 아니라 속이다.

사람의 마음이 중요하다. 나를 사랑하고 소중한 것들을 알아보고, 이해하고 품는 자세가 더 아름다운 법이다.     

아이들이 커지니 나 홀로 보내는 주말 시간이 많아졌다.

당연히 말을 할 대상이 없으니 입을 다물고 책을 읽거나 텔레비전을 보게 된다.(물론 친구들 모임이나 일을 하거나 그럴 때 제외되겠지만)

나이 먹어감에 따라 노년의 삶을 살아가고 계시는 부모님의 입장을 또한 헤아려본다.

지인 요리선생님의 전화가 매일 오는데 유난히 반가운 날이 바로 나 홀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임을 깨달았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아이들이 늦은 밤에 들어와 수다를 떨면 좀 귀찮았는데 이젠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해 본다.

나 홀로 시간도 필요하지만, 가족이나 친구 직장동료들과의 대화 시간도 필요하고 이런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큰 축복임을 깨닫는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름다움이다. 혼자가 아닌 함께 할 수 있는 사회의 일원이기에 더 아름다운 가치가 있는 것이다.

자기중심적인 사회는 고난을 시련을 이겨낼 힘이 부족해질 것이다. 노랫말처럼 가을 우체국 앞에서 우연히 바라본 만추의 꽃과 나무를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이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라본 시간이었다.

새싹을 띄우고 잎을 무성하게 만들었던 젊은 날의 시절을 가득 채웠다면 하나하나 내려놓는 나무들같이 우리의 삶도 내려놓아야 겨울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겨울은 죽은 계절이 아닌 봄을 탄생시키기 위한 보온의 단계다. 그 보온성이 있기에 씨앗이 땅을 뚫고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의 세대를 위한 어른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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