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들과 맛있는 식탁
엄마가 오늘 저녁은 칼국수 먹을까?
물어보던 그 시절, 직접 반죽하며 기다리던 시간도 어쩌면 식사 시간이었겠다는 생각이다.
커다란 양푼에 밀가루와 소금, 물을 넣어 반죽을 하다가 드디어 무릎을 꿇고 앉아 반죽을 치대는 엄마의 모습에서 이제야 곧 칼국수를 먹을 수 있겠다는 알림이 도착한다.
잘 치대어진 반죽을 냉장고에서 휴지 시켜 놓았다가 도마에 밀가루를 살짝 뿌린다. 반죽을 일부 떼어 동그랗게 빚은 후 눌러 밀대로 위, 아래 좌우로 밀어 놓는다. 반죽이 붙지 않도록 다시 밀가루를 뿌린 후 접어서 썰면 먹기도 전에 맛난 칼국수 면이 완성된다.
아~이토록 아름다운 면발이 있을까?
조그마한 손으로 반죽을 떼어 따라 해 본다고 밀대로 밀어보지만 엄마만큼의 면발이 나오지 않던 기억이 떠오른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엄마의 손맛을 이어받아 이제는 제법 요리를 잘하는 엄마가 나도 되었다.
뜨근한 국물에 바지락도 애호박도 칼국수 면발과 섞였던 바지락 칼국수가 맛나지만 누군가는 국물 없는 칼국수 매력에도 빠졌나 보다.
칼국수를 삶아 비빔장에 양념한 김치와 오이 그리고 김가루를 얹어 쓱쓱 비벼 먹는 비빔 칼국수는 여름에 딱 좋다.
무더위에 입맛을 잃었다면 고추장 고춧가루 설탕 간장 식초 참기름을 넣은 양념장에 잘 익혀진 칼국수면을 넣어 비벼 보시라. 고명은 마음껏 좋아하는 것으로 올리고 마지막 정점은 삶은 달걀 반쪽이 올라가면 된다.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라는 어느 비빔라면의 광고처럼 잘 비벼 먹는 칼국수는 면의 식감이 소면과 달리 씹는 맛이 일품이다.
아삭한 오이와 칼국수 면
새콤달콤한 양념에 묵힌 김치의 또 다른 아삭함과 칼국수 면
김가루의 짭조름한 맛까지
무더위의 입맛은 반드시 돌아오고야 만다.
지금은 반죽을 직접 하지 않아도 칼국수면을 쉽게 구매한다. 그뿐인가? 삶는 시간조차도 소비자에게서 빼앗아 삶아 냉동한 칼국수 면도 판매 중이다.
반죽에서부터 시작된 칼국수의 조리시간은 단축되었고 추억도 단축되었다. 먹거리가 풍요로운 시대에 아쉬움은 점점 많아진다. 칼국수 면으로 때론 따뜻한 국물 가득한 칼국수를 무더운 여름날에는 칼칼한 비빔칼국수로 그나마 입맛을 사로잡으며 추억을 소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