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09화 - 사랑을 빙자한 감정적 착취 ‘PUA’

감정은 도구가 아니며, 사랑은 지배가 아니다

by 강호연정
ChatGPT Image 2025년 7월 31일 오후 09_43_10.png


지난 회에서는 '狗(개, gǒu)'라는 단어가 어떻게 ‘귀여움’에서 ‘비하’로,

다시 ‘자조적 유머’로 변모해 온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가벼운 언어유희 속에서도 삶의 씁쓸함과 회복력을 엿볼 수 있었죠.


이번 회차에서는 분위기를 바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감정적 착취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오늘의 단어는 바로 ‘PUA’입니다.


PUA란?

‘PUA’는 원래 Pick-Up Artist, 즉 ‘작업 기술자’를 뜻하는

서구 문화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초창기에는 이성과의 관계에서 매력을 어필하는 법을 배우는

자기 계발적 성격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 단어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변질됩니다.

연애 상대를 심리적으로 지배하고, 자존감을 깎아내리며,

상대를 통제하는 감정 조작의 기술을 가리키는 말로 ‘PUA’가 자리 잡은 것이죠.


情感PUA(qínggǎn, PUA) – 감정적 PUA

중국에서는 이러한 행동을 ‘情感(칭간) PUA’, 즉 ‘감정 PUA’라고 부릅니다.

겉으로는 달콤한 연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상대를 조종합니다.

1. 자존감 무너뜨리기

· 你长得这么丑,只有我愿意跟你在一起(Nǐ zhǎng de zhème chǒu, zhǐ yǒu wǒ yuànyì gēn nǐ zài yìqǐ)。

→ 넌 너무 못생겼어, 나니까 사귀는 거야(너처럼 못생긴 애랑 사귀어주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2. 사회적 고립시키기

· 你的朋友都没用,他们只会影响你(Nǐ de péngyǒu dōu méi yòng, tāmen zhǐ huì yǐngxiǎng nǐ)。

→ 네 친구들은 다 쓸모없고, 너한테 해만 돼(네 친구들은 너한테 아무 도움도 안 돼).

3. 통제의 정당화

· 你只需要听我的,别人说的都是废话(Nǐ zhǐ xūyào tīng wǒ de, biérén shuō de dōu shì fèihuà)。

→ 내 말만 믿어. 다른 사람 말은 다 헛소리야(나만 믿고 다른 사람 말은 듣지 마).

4. 심리적 의존 유도

· 没有我,你什么都不是(Méiyǒu wǒ, nǐ shénme dōu bú shì)。

→ 너는 나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야(나 없으면 넌 아무 가치도 없어).


이러한 행동은 상대방의 자존감을 붕괴시키며 의존과 통제의 굴레를 만듭니다.

피해자는 자신이 조작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기 어렵지요.


중국 젊은이들은 이런 감정 착취에 ‘PU男(PU nán, PU 난)’이라는

신조어를 붙이며 경계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유명 데이트 강사들이 제공한 ‘PUA 교본’이 폭로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고,

플랫폼에서 계정이 퇴출되거나 형사처벌로 이어진 사례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연애 관계뿐 아니라 직장, 인간관계 등에서

상대방의 자존감을 의도적으로 깎고 심리적으로 압박해 복종시키는 행동 전체

즉, 광범위한 심리적·정서적 폭력의 상징으로 ‘PUA’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PUA’와 ‘가스라이팅’

‘PUA’는 심리적 조작과 감정적 압박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가스라이팅’과 비슷합니다.


‘가스라이팅’은 명확히 피해자의 현실 감각과 자기 신뢰를

붕괴시키는 심리적 학대에 초점을 둔 용어입니다.


이와 달리 ‘PUA’는 더 넓은 개념으로,

현재 중국 등에서는 가스라이팅, 세뇌, 일반 심리조작까지 포괄하는

‘심리학적 착취행위’를 가리키는 신조어가 됐습니다.


'PUA'와 '工具人'의 공통점은?

앞선 회차에서 다룬 ‘工具人(gōngjùrén, 꽁쥐런)’이

상대방의 필요에 의해 감정적·물질적으로만 소모되는 존재였다면,

PUA의 피해자는 그 구조 안에서 무너지고 길들여진 사람입니다.


즉, 도구화된 관계의 결과물이 ‘工具人’이고,

도구화하는 심리적 기술이 바로 ‘PUA’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랑을 가장한 착취를 멈추기 위해

중국의 젊은이들은 이제 이렇게 말합니다.


被爱不是被操控,情感不是操纵工具(Bèi ài bú shì bèi cāokòng, qínggǎn bú shì cāozòng gōngjù)。”

→ 사랑받는다는 건 조종당하는 게 아니며, 감정은 조작의 도구가 아니다.


혹시, 누군가의 말에 스스로가 점점 작아지는 느낌을 받은 적 있으신가요?

혹시 ‘사랑’이라는 말 아래에서, 당신의 자존감이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으셨나요?

단어는 관계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이 연재가 여러분에게 스스로를 지키는 언어적 방패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keyword
월, 수, 금 연재
이전 08화08화 - 귀여운 ‘狗(개)’는 왜 욕이 되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