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해주신 말씀입니다
"수중에 오백, 아니. 천만 원은 있어야 안심하고 살지.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니까."
어디에도 사용하지 않고 비상금으로만 고이 보관해두어야 할 돈이 자그마치 일천만 원은 되어야 한다. 엄마가 종종 그렇게 말하더군요. 어릴 적에는 그렇게나 커 보이는 돈이었고, 지금 보아도 적지 않은 돈은 아니지만 어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 불과한 단위의 금액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천만 원이면 당장 어디 월셋방의 보증금으로도, 병원비로도 이용할 수 있는 액수입니다.
돈이 생기면 세상 살기가 편해진다는데 그 말이 참 맞는 말인 것 같아요. 내 마음대로 자유롭게 돈을 벌 수 없었던 청소년 시절에 느꼈던 부족함과 답답함을 이제는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적어도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있고 사고 싶은 걸 고려는 해볼 수 있는 나이와 재력이 생겼거든요. 길거리에서 파는 간식 정도는 고민 없이 사먹고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이거죠.
경기는 점점 나빠지고 물가는 오르는 요즘, 우리나라 물가 때문에 상대적으로 외화 환율이 낮아졌다고 합니다. 긍정적인 소식은 아니죠. 세계는 잦은 전쟁과 불화로 불안해지고, 빈부격차는 심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젊은 세대의 체념이 만연하게 드러나는 이 사회에서, 또 한 명의 MZ 역시 절망과 희망 사이를 오가고 있습니다. 사회초년생치고는 조금 많은 자금을 쥐고요.
금수저여서 원래 돈이 많지도, 부모님께 큰 용돈을 받고 살아오지도 않았습니다. 초등학생 때는 일주일에 이 천원, 중학생 때는 한 달에 만 원, 고등학생 시절에는 한 달에 삼만 원을 용돈으로 받아오며 살았습니다. 아르바이트는 미성년자였으니 시도할 일도 없었죠. 그렇게 한 푼 두 푼 쓰지 않은 돈을 꼭꼭 모아 열심히 만들었던 이백만 원 여의 돈은 열 여덟 살 처음으로 떠났던 해외 여행에 홀라당 써버렸습니다.
그럼 대체 어떻게 돈을 모았냐고요? 현대판 자린고비의 돈 모으기는 바로 '장학금'에서부터 시작됩니다. 18살, 우수 학교 밖 청소년으로 선정되어 외부재단에서 받은 100만원의 장학금을 시작으로 생각지도 못한 커다란 돈이 통장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 우수사례' 대회에 나의 사연을 적었더니 충청북도에서 대상을, 전국에서 우수상을 타게 되었거든요.
백 만원이라는 큰 돈을 손에 쥐게 되었을 때, 그때를 기점으로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사 먹을 수 있는 소비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동네 옷 가게에서 엄마 옷을 선물로 사 주고, 가족끼리 외식을 하고, 중학교 시절 친구들에게 얻어먹었던 떡볶이를 친구들에게 사주었습니다. 별로 대단한 것 같지 않아도 그 사소한 것 하나 해주기가 어렵더군요. 남 눈치 보지 않고, 싼 거 고르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민트초코프라페를 주문해 먹는 데에서 행복을 느낄 줄이야.
한데, 돈 벌기가 참 어렵다는 걸 아는데 막상 손에 들어오면 쓰기 쉬운 게 돈 같습니다. 예전에는 10만원이라는 돈이 수중에 있으면 만 원 쓰기가 참 힘들었는데, 지금은 100만원이 있으니 10만원은 금방 쓰더군요. 고작해야 10분의 1을 쓰는 데 뭘 그리 벌벌 떠냐 싶겠지만 저에겐 그만큼 소비가 두려웠어요. 10년이라는 시간을 보아온 절친들은 예전에 비하면 저의 '소비공포증'이 많이 나아졌다고 했지만, 여전히 과하게 아낀다고 말할 정도라니까요.
지금껏 제 대부분의 수입은 장학금을 통해 들어왔습니다. 대학생이 되고 난 후 '근로장학'을 통해 학교에서 교내외 근무를 하며 월급 형식의 장학금을 벌고, 각 외부 기관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지원해주는 학업지원금에서 생활지원금까지 많은 장학금을 수혜 받았습니다. 진짜 장학금 헌터들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능력에 비해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 외에도 인턴, 멘토링 활동, 작가 강연 등의 수입을 비정기적으로 얻어 재테크에 활용했고요.
이렇게 얻은 수입을 굴리는 데에는 주로 적금을 활용합니다. 주식 투자나 채권은 아직 제게 먼 거리거든요. 남들이 망하지 않을 삼성전자 주식이나 사라고 해서 한창 상한가를 칠 때 1주를 산 적이 있는데 떨어진 금액이 회복되진 않더군요. 엔터 동전주를 샀다가 그대로 몇백 원이 날아간 경험도 있습니다. 참 우습지만 정말 함부로 도전하기 어렵더라고요.
고물가에 맞춰 금리도 올라감에 따라 저 역시 고금리 상품을 많이 알아보고 정기 적금을 듭니다. 정기적인 수입은 없기에 직장인들처럼 '풍차돌리기' 수법을 쓰진 못해도 일 년에 서너 개의 적금을 새로이 들고 만기하는 것 같아요. 놀고 있는 돈은 일복리를 얻을 수 있는 '플러스박스' 등에 넣어두고 생활합니다. 카드는 소비를 좀처럼 하지 않기에 전월실적이 없는 체크카드를 활용하고 있어요. 그렇게 베스트한 경제 상식을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죠.
최근에 본 기사에서 MZ세대는 카드를 '예쁜 디자인'을 우선으로 고른다고 하더군요. 참 웃기지만 한편으로는 젊은 층의 경제 교육이 조금 모자라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경제와 소비 생활에 관심 많은 친구들은 알뜰하게 자기 이익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을 알겠지만 사회에서 비춰지는 MZ세대들은 재테크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거든요. 이러한 청소년~청년층의 문제점을 고려해 쉽고 간단하게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경제 교육이나 혜택 홍보를 진행하는 게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최근에 이런 사회문제를 관련으로 청소년 정책을 도청에 제안한 바 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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