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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은진 Oct 16. 2023

운동할 바에야 일찍 죽겠다더니

반 년 넘게 1일 1운동을 실천 중입니다




"난 죽어도 운동하기 싫어. 차라리 운동 안 하고 일찍 죽고 말지."



운동을 끔찍이도 싫어해서 매일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그 여자는 결국 2023년 2월, 마음 먹고 헬스장을 등록하게 됩니다. 큰 병이 있었냐고요? 아니요. 급격하게 체중이 증가했습니까? 꾸준히 증가는 했습니다. 건강검진 결과에 충격을 먹었다거나? 21년에 검진을 했을 당시에는 충격을 먹었는데, 밥도 여전히 먹었습니다. 신년 작심삼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열정 스위치에 불이 들어온 걸까요. 어쨌거나 저는 올해부터 운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질체력, 과체중에서 비만, 근력 부족. 모두 저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어린이 시절부터 유독 몸집이 컸던 아이는 소아비만을 안고 살아가다가 심각한 비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상도 아닌 과체중 상태로 쭉 살아왔습니다. 몸매에 예민하던 청소년 시절에는 다이어트를 해보려고 몇 차례 시도를 해봤지만 결국 전부 실패로 끝났죠. 성인이 될 무렵에는 몸에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뭐 어떠냐, 잘 살아왔습니다.



코로나19 시절에는 다 같이 집에 갇혀있었고, 저 역시 움직임 없이 집에서만 먹고 사는 행위를 즐기다 보니 체중이 증가하긴 하더라고요. 오래간만의 외출을 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내가 보기에도 불어난 몸집에 손끝이 살짝 떨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럼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을 시작한 것이겠구나!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궁극적으로는 '건강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나'를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고, 그 과정에는 체중을 정상 체중으로 돌리는 다이어트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제 인생 최대 몸무게 앞자리는요... 7입니다. (Unsplash, i yunmai)






헬스장에 본격적으로 가기 전에는 홈트레이닝을 두 달 정도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매일 목표치를 두고 하는 운동이라 자극도 되었고, 집에서 하다보니 시공간의 제약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것도 장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 없이 하는 운동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인가 봅니다. 두 달 동안 '태보' 라는 운동을 격렬하게, 열심히 했더니 무릎이 아프더라고요. 무릎을 굽히면 찾아오는 통증에 즉시 운동을 중단하고 쉬었습니다. 한 달 여간 이어지던 통증은 사라졌지만 이대로 혼자 운동하는 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즉시 전문가를 찾았습니다. 동네 헬스장 중에서 저렴한, 전문적인, 가까운, 늦게까지 운영하는 기준에 맞추어 찾아낸 헬스장에서 PT도 함께 등록했죠. 처음 트레이너 분과 마주했을 때 저의 몸은 참 끔찍한 수준이었습니다. 온몸 곳곳이 뭉쳐서 일주일 동안은 거의 마사지만 받았다니까요. 흔히 말하는 코어도 없고 자세는 불균형, 척추측만에 분리증까지. 목도 안 좋고 손발목도 안 좋고 그나마 괜찮은 건 상체 근육 정도였습니다. 혼자서만 정상 근육치를 유지하고 있었거든요.



그렇게 제 생활패턴과 신체 건강을 전부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한 훈련이 펼쳐졌습니다. 제 트레이너 님은 저처럼 할 일에만 집중하는 조용한 I 성향을 지니신 분이었는데, 필라테스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모두 소화해내는 멀티맨이었어요. 필라테스를 할 때는 움직이지도 않는 부위를 움직여 보라고 해서 힘들고 웨이트를 할 때는 제가 할 수 있는 가동범위 그 이상을 요구하기에 눈물이 났죠. 그래도 어떻게든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고, 지적을 받은 날은 2배를 칭찬받은 날에는 3배를 더 노력하려고 애썼어요.



20회의 PT를 마무리 한 날 트레이너 선생님이 제게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처음에 뵈었을 때는 완전 몸치셨어요. 그런데 이 짧은 기간 안에 이렇게까지 성장하신 게 대단해요. 노력을 정말 많이 하신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으니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학창시절, 체육 수행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싶어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은진이는 열심히 하는데... 결과가 잘 안 나오네." 라는 말을 듣고 적잖이 충격을 먹었거든요. 그 뒤로 모든 신체 활동에 있어 '나는 몸치니까, 잘 못하니까.' 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는데, 본격적으로 헬스를 하면서 최선을 다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홀로 고립 운동을 3~4개월 째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이어트가 목적이 아니었고, 또 트레이너 선생님께서도 먹으며 운동하는 것을 권했기에 식단은 야식을 좀 줄이거나 단백질을 조금 더 먹는 정도로만 식습관을 변경했어요. 술 먹고 싶을 땐 먹고, 야식도 먹고 싶을 때 먹습니다. 하루이틀 그렇게 먹는다고 빠지려던 살이 안 빠지고 급격하게 체중이 상승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신체에 대한 강박과 불만을 버리는 데 노력하고 있어요.



1일 1운동. 헬스장이 쉬는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헬스장에 출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니 주변 사람들이 놀라더라고요. 그렇게 운동을 싫어하던 나은진이 매일매일 운동을 하고 있다니! 6개월이 지나니 살도 빠져서,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살이 많이 빠졌네." 라는 말을 듣습니다. 다이어트를 염두에 두고 한 운동이 아니더라도 이전보다 날씬해보이는 턱선을 보면 뿌듯하기도 합니다.



운동을 안 하고 일찍 죽겠다던 어제의 나는 안녕! 이제는 살기 위해 운동합니다. 오늘의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하는 그 순간이 참 뿌듯하고 개운하더라고요. 오늘도 오전에 운동을 다녀왔습니다. 내일의 내가 목표를 잘 달성해주길 바라며 꾸준히 운동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직 초보 중에서도 왕초보라서 더 성장하고 나아갈 길이 한참 남아있다는 게 좋아요. 운동 만큼은 조급함 없이 해낼 수 있을 만큼만 차근차근 진행하고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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