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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뮨 Aug 26. 2019

그만두고 싶다는 욕망과 싸운 지 21일째

-운동 초보자야 견뎌라!

운동과 담을 쌓고 지낸 지 10년이 넘었다. 늘 생각은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들로 다음으로 미루고 미루다가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어버렸다. 운동을 결심하게 된 요인은 첫째, 남편이 사준 원피스가 너무 꽉껴서 지퍼를 채웠다가는 물 한잔도 못 마실 정도가 되어 결국 이번 여름 한 번도 입지 못했던 것이 충격이었다 (작년엔 어떻게라도 구겨서 들어갔었는데 말이다) 둘째, 상담과 강의 그리고 청소년들과 여러 가지 활동을 하려면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데 체력이 없으면 내가 배운 것들이 아무 의미 없을 것 같아서였다. 셋째, 인친님들의 운동 인증샷을 보면서, 나도 지방들을 숨기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건강하고 탄탄한 몸매에 도전하고 싶어서 운동을 결심하게 되었다.


사실 헬스를 아주 좋아해서 선택한 것은 아니다. 뛰어난 접근성(아파트 지하 1층이므로 이동 3분 이내)과 저렴한 요금(월 2만 원, 하루 약 666원), 시간선택의 자유로움(내가 가능한 시간에 언제든 이용 가능)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10년이 넘게 운동을 안 하던 나는 사실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여러 가지의 제약이 나의 발목을 잡았지만, 그런 것을 다 신경 쓰다가는 또 미루게 될 것 같아서 일단 시작하기로 했다.


처음 운동을 시작하고 첫째 날과 둘째 날은 죽을 것 같았다. 온몸이 쑤시고, 결리고, 제대로 걷지 못해서 '이러다가 무슨 일 나는 것 아닌가?' ' 조금만 해야 하나 봐'라는 식의 타협을 할 찰나에 주위에서 "고통을 즐기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혼자서 조용히 운동을 했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한 달에 몇 번밖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66챌린지 #달팽이챌린지 인증을 선택했고, 그것은 역시나 탁월한 선택이었다. 인증을 위해서라도 아침에 일어나야 했고, 스케줄이 있어서 헬스장이 닫힌  귀가한 날은 유투브를 틀어놓고 홈트를 하며 어떻게든 채워나가고 있다.



'런닝머신이 뭐 별건가?' 하고 우습게 보던 나는 5분만 뛰어도 숨이 헐떡거렸다. 나름 승부욕이 있어서 옆사람만큼은 뛰고 싶은데, 도저히 심장이 터질 것 같아서 버티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걷다 뛰다 또 걷다 뛰다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걷지 않고 뛰고 싶었지만, 자칫하다가 런닝머신에서 쓰러져서 사고가 나면 어쩌나 하는 상상을 했는데.... 그것은 나의 오해였다.

「인듀어 」를 읽기 전에는 뇌의 신호를 도움이 되는 신호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뇌가 신호를 주는 것은 나를 위험으로부터 막아주는 것이고, 이것을 무시했다가는 큰일이 날 수도 있다고 말이다. 마침 운동에 한참 빠져있을 때 「인듀어 」를 읽게 된 것은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과잉보호하는 보호자 같은 뇌

뇌는 죽음에 이를 정도의 한계에 다다르지 않도록 신체 활동의 역치를 설정하고 관장한다.

인간이 오랜 시간 운동을 할 때 찾아오는 육체적 한계를 설정하고 관장하는 유일한 기관이다.

몸이 진짜 한계를 초과하지 않도록 단단히 보호하고, 장시간 운동에 대비해 통제권을 행사한다.

예를 들어 산꼭대기에서 극한의 피로를 느끼는 이유는 산소부족 이외에도 산소부족을 감지한 뇌가 근육의 움직임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정말 과잉보호하는 부모님 같지 않은가? 일반적으로 뇌에 관한 지식이 없거나,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경우에는 뇌의 신호를 따르는 게 최선일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뇌의 신호를 무시하면 우리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더 이상 속지 않겠다

인간은 오래 달릴 수 있지만 스스로 한계를 설정해버림으로써 달리지 못하는 사람으로 한정 짓는다.

인간의 한계란 동기부여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그러니 한계를 가두지 말자.

육체적 피곤은 심장이 근육에 충분한 양의 산소를 전달하지 못해 생기는 일이 아닌, 위급한 사태가 오는 것을 막기 위한 뇌의 명령일 뿐이다.

런닝머신에서 그만두고 싶다는 욕망(뛰지 않고 걷고 싶다)과 계속해서 싸우며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 포기하라고 속삭이는 본능의 지시를 거부하고, 더디게 가는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견디기 힘든 1분의 시간을 최선을 다해 뛰는 60초로 채울 수 있게 하는 능력이 지구력이다. 포기하라고 속삭이는 유혹을 이겨내면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지구력이 내 안에 있음을 우리는 발견하게 될 것이다.



#능력이 아닌 의지의 문제다

스킨스쿠버 다이빙 교육받을 때 마스크 물 빼기, 서로의 호흡기를 바꿔서 호흡하기, 장비 풀었다가 다시 착용하기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여러 가지를 연습하고, 시험에 통과해야만 자격증이 주어진다. 마스크를 벗었다가 다시 쓰는 훈련도중 바닷물이 눈에 들어가 따가워서 눈은 퉁퉁 붓고, 머리로는 알겠는데 몸이 말을 안 듣는 날은 숙소에 돌아와 우울함에 빠지기도 했다. '내 돈 주고 왜 사서 고생하는 거지?' '혼나려고 해외까지 왔나?' 등등 잘못된 생각의 오류에 허우적 거렸었다.

사실 수영을 못하거나, 이론이 제대로 이해가 안 된다거나 하는 기능적인 능력문제가 아니었다. 마인드 컨트롤이 안 되면 모든 발란스가 무너지는 것을 제대로 체험했던 것이다. 마음을 편하게 먹고, 나 자신을 믿자 거짓말처럼 어제 안 되던 미션들이 되었다. 미션 수행과 더불어 바닷물이 무섭기는커녕, 무거운 내 몸을 둥둥 띄워주는 소금기 많은 해외 바다가 고맙기만 했다.

긴 지구력 운동 끝에 탈진하는 순간은 능력이 아닌, 의지가 고갈된 것뿐이다.

통증을 참을 의지가 있는지는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적응할 수 있다.

훈련 과정에서 육체적 고통을 경험하고 고난도 훈련을 받은 그룹은 향상된 모습을 보인다.

훈련 중에 겪는 고통은 통증 내성을 강화시키고, 경기력을 향상한다.

늑대에게 쫓기는 사슴이라면, 달리다가 다리가 부러졌다 해도 일단은 통증을 뒤로한 채 달려야 한다. 


#자기 효능감, 긍정적 대화, 믿음

자기 자신의 능력, 성공을 믿는 마음이 실제 성공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자신감은 단순히 의지를 북돋아 줄 뿐만 아니라 섬세한 방식으로 영향력을 발휘한다. 마음속에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여부는 정말 중요하다. 뇌에서 다른 생각을 몰아내고, 정해진 스플릿에 맞춰 다리를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나는 마치 다른 사람에게 대화하듯이 나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한다. '여기서 멈출 거야? 진짜?' '에이~아니지?' '졸꾸해야지!' '조금만 더!! 할 수 있어!' '딱 저것만 넘기자(시간이나 속도 중 쉽게 넘을 수 있는것을 선택) 넘기면 또 다음 목표 던져줌 ㅋㅋ' 그런데 이것은 꽤나 효과가 있다. 또한 나 자신에게만 대화하는 것이 아닌, 내가 믿고 의지하는 하나님께 기도한다. 힘을 달라고... 그러면 신기하게도 새 힘이 생긴다.



#욕망에 속지 말자

런닝머신에서 내려오고 싶다는 욕망, 걷고 싶다는 욕망은 마침내 운동 15일째 되는 날 돌파되었다. 뛰다 걷다 하지 않고, 처음 연속으로 계속 뛴 날은 잊을 수가 없다. 이것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적당한 경쟁구도였다. 나는 어제의 나와 매일 경쟁한다. 어제보다 1초라도 더 뛰던지, 어제보다 1칼로리라도 더 소비하고 내려오기로 결심했기에 버티고 또 버틴다. 또 비싼 비용을 주고 PT를 받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극을 받는다. 비록 재정의 여유가 없어서 PT는 미루고 있지만, 한 달의 2만원인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달성하고자 PT 받는 사람들보다 더 이를 악물고 한다. 운동 1일째에는 2.243km를 뛰는데 21분이 걸렸는데, 운동 21일째인 오늘은 4.003km를 뛰는데 29분이 걸렸다. 머지않아 걷지 않고 5km를 35분 이내에 뛰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는 마라톤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고작 운동을 시작한 지 21일째이지만, 나는 그날을 꿈꾸게 되었다.


운동1일째  2.243km_21:09  /   운동15일째  3.095km 24:01     /  운동21일째   4.003km 29:50



#한계란 없다

05:30 미라클 모닝 자연스럽게 성공.

남편 점심 도시락 싸기 미션 성공.

06:00~08:00 2시간의 유산소 운동, 근력운동, 스트레칭의 습관 형성.

충분한 수분 섭취 습관 형성 및 원활한 장운동으로 쾌변.

피부가 좋아지고, 잠이 잘 오고, 탄력이 붙기 시작하니 기분이 좋아짐.

운동으로 인한 좋은 점은 생각보다 많다. 물론 아직까지도 근력운동을 하는 부위에 따라 허벅지, 엉덩이, 허리, 배, 팔등 돌아가면서 너무 아프다. 육체적 고통은 아직 버겁기는 하지만, 기분이 상쾌해졌고 활력이 생겼으며, 자세가 좋아지고, 자신감이 생긴 것은 너무 좋다.

반복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서 몸을 단련해 갈 것이다. 한계를 자꾸만 결정짓는 뇌에게 지지 않고, 나 스스로의 한계선을 넘는 기뮨이 되기를 바란다.






독서와 글쓰기에 이어 운동 습관을 만들게 되어서 너무 감사하다. 물론 아직도 노력할 부분은 많지만 한계에 매몰되지 않고 잠재력을 폭파시키는 우리모두가 되었으면 좋겠다. 습관형성에 의지박약인 분들에게는 매일의 인증인 #66챌린지를 인스타그램에서 검색해보시기를 강추드리며, 블로그나 브런치등 나만의 공간에 그 경과를 일기처럼 올리다보면 스스로가 변화되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고, 그 계기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으니 꼭 자신만의 공간에 꾸준하게 기록하며 도전하시길 응원드린다!! 또한 나의 운동 도전은 66일을 넘어, 100일, 365일 계속되어 Streak running(매일 달리기)가 내것이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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