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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뮨 Mar 23. 2021

1,000원의 서비스

나는야 생비자!

새로 이사 온 동네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상가와 오피스텔 밀집 지역이라서 미용실이 너무너무 많다. 그 많은 미용실을 두고 검색을 하고 고민을 하다 결과론적으로는 집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미용실을 가게되었고 펌을 했다. 머리를 한지 6주가 지나니 앞머리가 너무 길어서 오랫만에 미용실에 재방문하게 되었고, 단돈 1,000원에 앞머리를 자르게 되었다. 물론 단골인 경우에는 앞머리 정도는 서비스로 무료로 잘라주시기도 하지만 1,000원도 꽤나 저렴한 편이다. 어디는 3,000원에서 5,000원까지 받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1,000원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그 미용실은 가지 않을 것 같다. 



일단 들어가자마자 '고작 앞머리?' 라는 느낌을 받았고, 기존 고객이라고 밝혀서 전화번호까지 조회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머리했던 선생님은 오늘 출근안하셨나봐요?"라고 물었을때 "누구요?"라고 대답하시는 점장님께 실망했기 때문이다. 나의 전화번호는 왜 물어보신거지? 누구한테 언제 머리를 했는지 보기 위해서 검색하신거 아닌가?



앞머리 정도야 다른 선생님한테 잘라도 전혀 상관없다. 어차피 딱 1번 방문한 샵이었고, 그 선생님이 그렇게 마음에 들게 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냥 안부겸 물은건데 어떤 선생님인지 대꾸도 못하시다니...게다가 앞머리를 자르고 나니 마스크 속까지 머리카락 범벅이었다. 다행히 1분이면 집에 도착하고, 마스크를 버리면 되는 일이기에 아무말 하지 않고 집으로 왔지만 하... 마스크 겉도 아닌 마스크 속에 머리카락이 범벅인 것을 보니 기가 막혔다. 



기존같으면 '뭐 이런데가 다 있어? 다시는 안가!' 하고 끝나겠지만 나는 역지사지를 적용할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한달어스에서 나 또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더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기도하고, 인력도 부족하고, 아직 얼마되지 않았기때문에 당연히 우리도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예전과 다르게 회원들이 어떨때 이런 감정을 느끼실까? 하고 생각하면서 회원들 입장에서 생각하는 생산자가 된 것이다. 





한달어스 일을 할 때 내가 지니고 다니는 것들은 핸드폰, 노트북, 그리고 부추노트이다. 핸드폰으로 왠만한 일을 처리하지만 아무래도 채팅의 속도가 노트북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여기에 아날로그 노트인 부추노트가 꼭 필요한 이유는 500여명의 나를 거쳐간 회원들의 이름과 특이사항을 보기 위해서이다. 



한번은 당근마켓을 거래하는데 분명 처음본 분인데 나를 알아보셔서 깜짝 놀란적이 있었다. 나는 그분의 얼굴을 모르니 당연히 예상도 못했고, 그분은 나의 얼굴을 카카오톡 라이브를 통해 보셨으니 리더인지 딱 알아보신 것이다. (동네에서 당근마켓을 하면서 한달어스의 팀원을 만날것이라고는 한번도 예상하지 못한 나는 흔들리는 동공을 뒤로하고 곧바로 부추노트를 펴서 몇기에 누구신지 찾아봤다. 메모를 보고서 몇번 빠지셔서 금메달 못 따셨구나~~그때 OO공부한다고 하셨는데 잘 하고 계세요? 라고 얘기했더니 막 웃으셨다) 



또 며칠전에는 인스타그램 라이브가 끝나자마자 DM이 왔다. 인스타그램 아이디만으로는 누가누군지 헷갈리는것이 당연하니 혹시 몰라서 성함을 여쭤봤더니 예전 멤버이신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부추노트를 펼쳐보니 맞았다. 7기 누구시군요!라고 했더니 놀라시면서 곧바로 즉흥 결제를 진행하셨다. 기존처럼 소비자이지만은 아니기에 나도 서비스를 제공받으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관련 도서를 읽을때도, 유투브를 볼때도, 생활속에서도 양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생비자(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된 것이다. 



만약 내가 미용실 점장님이었다면 "OO선생님은 오늘 휴무신데 다른 선생님이 앞머리 잘라주셔도 괜찮으시죠? 머리 손질은 잘 하고 계시구요?"라고 물었을텐데, 그분은 그런 멘트 하나없이 1,000원이니 엄청 싸지?라는 것만 은근히 강조하시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사람은 작은것에서 감동받고, 작은것에서 상처받기 쉽다. 한달어스에서 한달자유독서와 한달자유쓰기 팀원들 외에도 많은 분들을 상대하고 있는 요즘이다. 최소한 내가 느끼는 불편함들을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가성비가 좋은 것도 좋지만, 점점 더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인지 아닌지를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1,000원의 행복일수도 있었을텐데 간발의 차이로 다른 샵을 가게 된 이 경험을 계기로 나는 어떤 생비자가 되어야하는지를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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