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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 4. 아쉽게도 인연을 맺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구직자입니다.

by naguene

"아쉽게도 이번 채용에서 인연을 맺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이곳은 나에게 확답이라도 준다.


오늘도 어김없이 구직사이트를 뒤져본다.

이것저것 다양한 도전이 하고 싶어 그동안 쏟아부었던 나의 시간과 돈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그 과정 속에서 빛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이제라도 후회를 해야 하는 게 옳은 걸까.

가장 행복하고, 자부심이 넘쳤던 지난 시간들을 하나 둘 부정하기 시작한다.


'청년 취업난'이란 단어를 뉴스에서 보았을 땐, 처음엔 실감하지 않았다. 사실 나 역시 그들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들 뿐이었다. 그리고 요즘 구직사이트에 올라온 중소기업 지원자 수가 한 회사에 적게는 수십 많게는 백이 넘어가는 지원자 수를 보게 된다. 지금 그들 중에는 나도 있다.


그동안 살아오며 선택했던 다양한 경험들을 녹여, 포트폴리오와 자소서를 준비했다. 다만 그 '경험'이 사회가 원하는 '경험'은 아닌 것 같다.


서류를 내고, 면접을 보고, 결과를 기다리는 그저 그런 막연한 하루를 보내다가 답답한 나머지 저녁에는 산책을 간다. 퇴근하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나만 다른 차림으로 그들 사이를 역행하다 보면 목적지 없는 나의 발걸음은 괜스레 분주해진다.


매일 아침 출근하시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마중을 나가던 내가 이제는 그들의 분주한 아침을 그저 죄송한 마음으로 외면한 채, 이불속에서 자는 척을 하며 현관문이 닫히기를 기다린다.


친구들의 취업 소식, 기쁨이 오고 가는 웃음소리에 섞인 나의 화답은 다소 이질적이다.


고용률이 낮아지는 만큼, 청년들의 자살률은 증가한다고 한다. 나는 오늘도 살아가지만 나를 증명할 수 없는 오늘을 대면하는 순간, 뉴스에서 보았던 그 데이터들에서 신빙성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린다. 이제는 알림이 뜨는 순간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집게 된다.


"아쉽게도 이번 채용에서 인연을 맺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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