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반, 첫 차 운행합니다.
시내버스만 하루 1000만 건의 이용이 이루어지는 이곳 대한민국에서 버스기사로서 일을 한 지 10년이 다 되어간다. 오랜 시간 나의 가정을 위해, 또 시민들을 위해 이 운전대를 잡아왔는데, 그 누적된 시간만큼 나도 모르게 내가 점점 예민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새벽 4시 반, 첫 차 운행을 위해 버스 시동을 켠 후 히터를 미리 가동한다. 운행 전, 기사들은 버스를 한 바퀴 돌아보는데 혹시 모를 분실물이나 불편사항들을 체크하기 위함이다. 여름에는 우산 분실물이 가장 많다. 대부분 우산들은 의자 아래나 벽 사이에 끼워져 있는 상태로 많이 발견된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장갑이 가장 많다. 휴대폰을 만지기 위해 잠시 벗어놨다가 깜빡하고 두고 내리는 경우가 태반일 것이다.
이곳 종점에서 출발하여, 다시 돌아올 때까지 많은 승객들이 승차하고 또 하차한다. 그렇기에 혹여나 있을 사고를 생각하면, 나의 예민함은 더욱더 날카롭게 변한다. 나도 안다. 누군가에게는 나의 모습이 그리 다정하지는 않다는 것을. 그래서 그런지 도로 위에서 오가는 날 선 언행들이 나를 향하기도 하지만, 방긋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네는 승객들은 나로 하여금 잠시의 여유를 허락한다. 반대 차선에서 만나는 동료들의 손인사는 차고지에서 만나 커피 한잔 하며 나눌 이야깃거리를 기대하게 만들며, 매일 같은 정류장에서 만나는 승객들은 반복되는 나의 일상 속에 소소한 위로가 되어준다.
이른 새벽부터 떠나는 여정은 그리 외롭지만은 않다. 나와 같이 이른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많은 이들이 이미 정류장에서 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리 켜둔 요금단말기를 작동시킨다.
오늘도 나의 하루는 많은 이들과 함께 출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