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붕어빵 팔아요
눈이 부슬부슬 내린다. 맞은편 초등학교 후문 앞은 하교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기다리는 엄마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처럼 하얀 잇김을 내뿜으며 수다를 떨고 있다. 바로 앞 횡단보도에는 곧 쏟아져 나올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노란 깃발을 들고 좁은 도로를 통제하고 계시는 어르신들도 보인다. 아이들은 학교를 나오자마자 활짝 핀 웃음꽃을 자신을 기다려준 엄마에게 선물한다. 장갑이 끼워진 손을 서로 맞잡고 모락모락 노오란 온기가 실린 이곳으로 서둘러 걸어온다. 이제는 아이들을 포함하여 학부모들과도 붕어빵만큼이나 서로의 얼굴이 익을 대로 익어 주문을 받기도 전에 짧은 일상부터 주고받는다.
요즘 아이들은 팥보단 슈크림을 선호하는 듯하다.
"엄마! 나는 슈붕!"
팥도 슈크림 못지않게 달콤한데도 팥을 외치는 아이들은 드물다. 팥이 아마 하얗고 부드러운 모습이었다면 찾는 아이들이 많아졌을까.
팥과 슈크림 그리고 반죽이 꽉 찬 붕어빵틀을 하나하나 돌리다 보면 그 소리가 꽤나 경쾌해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 그러다 문득 투명한 가림막을 넘어 아이들의 다급한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올려다보면, 눈망울들 하나하나가 입에서부터 올라오는 하얀 잇김을 뚫고 더욱 반짝이고 있다. 노릇하게 익은 붕어빵을 재빠르게 봉투에 옮겨 담는다. 한 손은 봉투를 들고 나머지 한 손은 아이의 옷매무세를 정리하는 엄마와는 달리 아이는 작은 두 손으로 큼지막한 붕어빵 하나를 들고 호호 불어대기 바쁘다.
이른 아침 동네를 벗어나 일터로 떠난 이들이 곧 하나 둘 돌아오기 시작할 것이다. 퇴근하는 이들의 얼굴에는 어린이들이 선사하던 슈크림 같은 웃음꽃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나는 저녁부터 찾아오는 표정이 없는 그림자들을 위해 단팥이 가득한 붕어빵을 미리 구워놓는다.
눈이 그치고 하얗던 도로는 다시금 새까만 아스팔트를 드러낸다. 태양이 언덕 뒤로 넘어가듯, 돌아오는 이들의 머리도 함께 기울어있다.
가로등에 의지해 길어진 그림자를 달래며 찾아오는 이들은, 오늘 역시 슈크림이 아닌 팥붕어빵을 찾을 것이다.
텁텁하고 어두운 팥일지라도, 달콤하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