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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 5. 무대 위에서

가장 행복해야만 하니깐.

by naguene

어두운 관중석을 마주하며

지금 나는 무대 위에 서 있다.

온갖 조명으로 나의 그림자를 덮어버린 채,

오로지 기쁨과 행복만을 이 무대 위에 남긴다.


여전히 나를 위한 조명이 존재한다는 사실 덕분에

나는 잠시나마 외로움을 잊은 채,

저 어둠 사이로 터지는 불빛들에 미소로 화답한다.


나를 향한 저들의 환호는 플래시가 터졌다가 꺼지는속도만큼이나 냉정함을 알기에 나는 어떠한 실수도 해서는 안된다.


노래하는 것이 좋아 마이크를 잡기 시작했지만

이 마이크가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

무대 위에서는 저들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언젠가부터 저들의 환호성에

나도 모르게 중독이 된 것 같기도 하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마주하는 집 안 거실은

한없이 적막할 뿐이다.


나의 공허함을 감추기 위해

좀 더 과장된 몸짓으로 노래를 불러본다.


무대 위에서 나는,

가장 행복해야만 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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