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온 말에 의지하다

2023 아르코창작기금선정작(시)

by 나혜경

틀린 말을 할 줄 모른다는 사람을 만나고 온 날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느라 밤새도록 뒤척였소


숨도 쉬지 않고 자기 말만 하는 사람과 통화한 날은

폐광이 되어가는 귀를 뜨거운 물로 여러 번 씻었지


듣고 싶지 않을수록 만나고 싶지 않을수록

더 자주 듣고 마주치게 된다는 걸 알게 된 건 하필

이름도 모르는 곳에 아슬아슬 매달려 있을 때


통점을 향해 달려드는 혀들은 깊숙한 상처를 좋아하오


귓속에 고인 소리가 흘러가지 못하고 젖어 있어

며칠째 저녁노을로 온기를 지피고 있는 중이오

목에 걸린 말들이 넘어가길 바라며

돌멩이를 한 숟갈씩 삼키기도 했소


절벽 근처에는 가지 말라지만

내게 온 말들로 밥을 짓기도 한다오


붙잡고 울기도 하고

그것 때문에 환해지기도 하여

발목이 부어 절뚝거린 채 아직

위험하다는 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소


틀린 말을 할 줄 모른다는 사람이 저기 또 오고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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