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더 나였던

2023 아르코창작기금선정작(시)

by 나혜경

물 한 방울이 화폭에 매달려 있다

흘러가는 법을 잊은 듯


물방울보다 더 적나라한 물방울 그림 앞에서

나보다 더 나였던 사진과

꽃보다 더 꽃이었던 조화를 떠올린다


깨지고 나서야 실체를 더 많이 알게 되었다는 사람들


오래전 카페에서

눈물방울 뚝뚝 흘리던 얼굴을 향해

울어야 소용없다던 노여움이 아직도 쟁쟁하다


눈물을 참듯 그렁그렁

맺혀만 있는 물방울은 볼록렌즈가 되어

이면의 감정을 확대한다


관람객들이 바짝 다가가 희귀한 물방울의 슬픔을 자세히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