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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람 Mar 25. 2016

불가능을 창조하는 사람들의 편견, 그 벽을 넘은 음악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협주곡 1번 D장조

인간이 갖고 있는 보편적인 능력에는 한계가 있을까?

100m를 10초 이내에 주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정설로 인식되어왔지만 1968년 짐 하인스Jim Hines가 9초 9의 기록을 세운 뒤 같은 기록이 끊임없이 만들어졌다. 90년대 후반에 들어오면서 이 기록을 깨는 선수가 많아졌고, 이제는 10초 이내에 100m를 주파하는 게 불가능의 영역이 아니라는 건 상식이 되었다. 현재 세계 최고기록은 2009년 우사인 볼트Usain Bolt의 9초 58이다.


연주가 불가능한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


의외로 음악계에도 불가능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주로 연주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이 말은 특정 악기를 연주하기에 불가능한 곡을 작곡한 작곡가들에게 악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판과 함께 사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피아노 소나타 32번은 작곡된 지 30년이 지나서 연주되었고, 100년이 지나서야 피아니스트와 비평가들이 비로소 그 곡의 위대함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찰스 아이브즈Charles Edward Ives의 교향곡 4번 역시 50년간 연주 불가능한 곡이었다.


단순한 시각으로 보면 위대한 곡을 알아보지 못한 연주가들이 한심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연주 불가능'이라는 딱지를 붙인 연주가들과 비평가들은 당대 최고의 실력자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들의 경험과 권위는 연주곡에 대한 이런 평가에 나름의 기준이 있었다. 그 기준을 편견으로 볼 수도 있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에겐 당연한 기준이 될지도 모른다. 인간의 보편적인 능력의 한계를 분명하게 인지한다는 건 그런 사람들의 몫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같은 종의 동물에게서 관찰되는 발견과 발명의 동시성과 시공을 넘어선 일치를 설명하는 M장 이론M-theory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현실 역사를 통해 우리는 수많은 동시성과 시공간을 초월한 일치의 결과를 볼 수 있다. 누군가 기록을 깨거나 새로운 것을 발명하고 나면 인류가 공통으로 접속하는 집단 무의식과 같은 종류의 데이터 뱅크에 저장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Tchaikovsky

용기와 안목으로 명곡을 알아본 연주가


차이코프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바이올린협주곡 1번 D장조 역시 연주 불가능 목록에 있었다. 처음 이 곡을 연주 하기로 했던 사람은 당시 러시아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레오폴트 아우어Leopold Auer였다. 아우어는 이 곡의 연주가 불가능하다며 제안을 거절했다. (이 협주곡이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나서 아우어는 이 곡을 연주한다.)


차이코프스키의 이 명곡이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할 운명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아돌프 브로드스키Adolph Brodsky의 안목과 열정 덕분이었다. 작곡된 지 3년 만인 1881년 12월, 빈에서 초연을 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당시 빈 필Wien Philharmonic Orchestra을 지휘한 한스 리히터Hans Richter는 전혀 마음이 내키지 않았고 단원들 또한 산만한 상태여서 이 초연은 완전한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끝났다. 게다가 비평계의 원로 E. 한슬릭에게는 혹평을 받았다.

Adolph Brodsky

브로드스키는 이런 주변의 반응에 굴하지 않았다. 하이페츠Jascha Heifetz와 같은 천재 연주가들의 스승이었던 브로드스키는 자신은 물론 제자들에게도 이 곡을 연주하도록 했고 결과적으로 이 아름다운 협주곡은 클래식 애호가들은 물론 인류가 즐겨듣는 음악 목록에 당당히 자리하게 되었다.


정말 인간에게 불가능은 없는 걸까?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불가능을 만들어 내는 걸까?


전문가들은 자신들만의 경험에 스스로 굴복해서 편견을 만들어 낸다. 그 고정된 사고의 틀이 무엇인가를 불가능과 가능으로 구분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고 일반인들은 그 권위적 사고에 자연스럽게 편승하게 된다.


때로는 훨씬 앞선 천재들에 의해, 때로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없는 순수한 사람에 의해, 이런 불가능의 벽은 무너지게 된다. 인간이 만들지 않았다면 어쩌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불가능을 창조해 내는 벽'이.


https://youtu.be/RlYBDSbTn5A

Tchaikovsky - Violin concerto / Oistra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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