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역할을 하며 느낀 것
리더의 태도, 일하는 방식, 감정 등등이 그 조직의 에너지, 창의성, 몰입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저는 요즘 피부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마치, 부모의 가치관과 자존감을 비롯해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 등등이 아이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는 것처럼요.
최근 한달여간 사실 저는 '쫄렸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아요.
저 자신을 제품화 하는 과정에서 속도를 더 내고 싶고 더 잘하고 싶은데, 뭔가 더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우왕좌왕. 커리어 제품에서 제 이름을 빼고 기능만 가자니 경쟁력 있을까 싶고, AI 챗봇 등등 만들기 전 단계로 저를 넣자니 scale up 고민되고.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며 제가 흔들리니 팀원들도 마찬가지.
제 불안과 초조는 팀에 전이되었어요.
아이디어는 쥐어 짠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유있는 마음에서 시답지 않은 이야기들을 늘어놓다 나오기도 하는데, 그럴 여유가 없었어요. 팀의 바이브가 한창 기세 좋게 올라가다, 약간 꺾이는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한 일은 결국 이 일을 시작한 처음의 생각으로 돌아가는 것.
'그래서 우리여서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짜치고 힘들어도 일단 해야 하는 것,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 팀에서 나의 기여는 무엇이여야 하고 우리의 시너지는 어떻게 날 수 있는가' 포인트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팀에 전하는 것.
나도 잘 모르겠다, 완벽하지 않아 미안하다, 머리가 터지겠다, 털어놓는 것.
"나 사실 걱정되요. 이렇게 좋은 팀웍으로 했는데 막상 고객 반응 없거나 잘 안될까봐. 좀 더 실험을 해봤어야 하는데 싶기도 하고, 내가 좀 되게 똑똑했으면 좋겠어요. 촥촥 제품 로드맵 그릴수 있으면 다들 고생도 좀 덜하지 않을까."
"나이님, 저도 걱정될때가 물론 있어요. 그런데, 혹시 잘 안되도, 팀에 시스템적으로 남기는 자산을 생각하며 구성 중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잘 안되면, 잘될 수 있는거 빨리 찾아서 또 해보면 되요."
아... 감동.
이 말이 얼마나 고맙고 힘이 되던지요.
신기하게도 그 이후
팀의 바이브가 급격하게 좋아졌어요.
미친듯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고요.
결국 리더의 자존감, 솔직함, 동료를 믿는 마음 등이 팀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에너지가 된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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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세미나가 밤 늦게까지 이어진 어느날 가지랩 분들이 먼저 퇴근하면서 내 책상에 남겨놓고 간, 나를 깔깔 웃게 만든 사랑의(?)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