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종합 건강검진이후

요가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by NAIN

늘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다. 20대 중반부터는 조금 무뎌졌으나 사람의 기질은 잘 변하질 않는다. 여전히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렘보단 두려움이 크다. 여러 도전에 앞서 일단 숨을 크게 들여 마쉬며 시작하곤 한다. 이런저런 경험을 해와 익숙해진 것도 많지만, 여전히 세상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것이 더 많이 남아있다.


올해 처음 종합 건강 검진에 도전해보았다. 사실 건강 검진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이지만, 두려움의 대상이니 적어도 나에겐 도전이었다. 유독 건강 염려증이 심하다. 잘 아픈 편은 아니라 병원을 자주 가진 않았지만, 조금만 증상이 있으면 불안했다. 특히 최근에는 갑작스러운 두근거림, 어지러움증, 두통 등이 있어 혹시 관련 질환이 있을까 무서웠다. 수면 내시경을 앞두고 서도 남들은 마취에 들지 않을까 걱정한다는데 오히려 나는 마취에서 깨지 않을까 봐 걱정이었다.


다행인 건지 막상 검진 당일이 되니 여기저기 불러 다니느라 걱정할 시간도 없긴 했다. 그리고 얼마 전 결과가 나왔다. 기초대사량이 굉장히 낮은 상태였고, HDL 콜레스테롤 수치도 평균 이하였다. 갑상선과 유방에 크고 작은 물혹도 있고, 철 결핍성 빈혈이라고 했다. 크게 건강을 걱정할 나이는 아니라 생각했고, 평소에도 강도가 세진 않아도 30분 이상 운동을 꾸준히 해왔는데 이런저런 소견들이 있으니 마음이 이상했다. 믿었던 상대에게 배신받은 기분도 들었다.


100세 세대라니 이 남은 여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했는데, 일단 100세까지 살아있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였다. 세상에 온갖 질병이 있고, 지금 나와 또래의 나이에도 병마와 싸우는 사람도 많다. 최근엔 유튜브를 통해 본인의 병을 밝히고 그 과정을 공유하는 분들도 봤다. 누구보다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고, 어떠한 잘못을 해서 질병을 얻게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누구도 탓할 수 없어 참 야속했고, 할 수 있는 건 그저 마음속 깊이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뿐이다.


살아가는 동안 겪게 될 수 있는 사고와 갑작스레 얻게 되는 질병은 예측할 수 없고, 알게 된다 해도 어찌할 수 없다. 그래도 적어도 식단과 운동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은 책임을 다하고 싶었다. 원래 아침마다 산책하거나 요가하는 걸 좋아했는데, 근력 운동의 양을 늘려가기로 했다. 식단도 칼로리만 보는 습관이 있었는데, 그것 보단 영양 성분을 살펴볼 필요성을 느꼈다.


그 후로 매일 조금씩이라도 스쾃와 플랭크를 하고 있다. 오늘은 덤벨 들고 하는 스쿼트 시퀀스에 도전해 봤는데 꽤 성취감이 컸다. 요가와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매일 견과류도 챙겨 먹는다. 이것저것 걱정하니 엄마가 철분이 든 영양제를 사줬고, 남자 친구도 건강 잘 챙기라며 홍삼을 선물해줬다. 별 거 아닌 걸로 너무 유난 떠나 싶긴 하나, 오래오래 내 사람들과 행복하고 싶은 열망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정말 건강하게 나이 들고 싶다. 간절히 그러고 싶다. 젊을 때 번 돈으로 허리를 꼿꼿이 펴고 이곳저곳 놀러 다니고 싶다. 20대 초반과 지금 좋아하는 여행의 테마가 다르듯, 그때의 나도 다른 풍경을 더 사랑할 것이다. 내 앞에 어떤 풍경이 펼쳐져 있을지 벌써 궁금해진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하루의 시작과 끝에는 요가를 하고 싶다. 인생의 마지막 집이 될지 모르는 공간에서 정갈하게 매트를 깔고 몸을 움직이고 싶다. 지금보다 조금 더 숨이 찰 것이고, 몸도 뻣뻣해서 할 수 있는 자세도 한정적일 것이다. 하지만 요가 대회 나갈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겠나. 그냥 그 나이만의 호흡으로 몸의 움직임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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