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맛의 긍정과 부정

미역국 라면은 건강한 맛이다.

by 생각하는냥

미역은 라면의 인기가 부러웠다. 조그만 양으로도 미역국 수십 그릇을 끓여 내며 혈액순환과 피부에 좋다고 소문이 자자한 미역이었지만 제 아무리 용을 써본들 라면의 인기를 따라갈 순 없었다.


그래서 미역은 라면에게 콜라보를 제안하였다. 라면은 맛과 인기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던 터라 미역의 제안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드디어 '미역국 라면'이 탄생하였다.


건강을 챙기고 싶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와 자그마치 미역이 라면을 만났어? 대체 무슨 맛일까 무슨 맛일까 무슨 맛일까?


건강을 챙기고 싶은 사람들 중에 당연 내가 포함되어 있었다. 나오자마자 사서 첫 젓가락질을 하고는 외쳤다.


- 오, 나한테 딱 맞는 라면인데? 건강한 맛이야.


나의 건강한 맛이라는 것은 건강도 챙기고 맛도 좋은 그런 맛이었다. 긍정적 표현이었다.


인생라면인 건가? 사람들을 만나면 오뚜기 직원도 아닌데 미역국 라면을 홍보하곤 하였다.


며칠 전 누나네 가족을 만날 일이 있었고 미역국 라면 먹어본 적 있냐며 또 홍보에 들어갔다. 누나도 먹어본 적 있다길래 맛이 어땠냐 물으니 건강한 맛이라는 거였다. 그래, 누나도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이구나 싶었다.


- 건강한 맛?


그래서 이 '건강한 맛'이라는 표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누나 왈, 그녀의 아들, 그러니까 조카 녀석이 종종 사용하는 표현이라고 하는데 건강하다는 재료들이 많이 들어가긴 하지만 맛없을 때 사용하는 용어라는 것이다. 어우야. 그건 좀 아니지 않냐? 건강한 맛이 왜 맛없음이더냐. 누나네서 사용하는 '건강한 맛'이라는 표현은 부정적인 의미였다. 조카의 세상에는 애초에 건강하게 먹을거리라는 것은 맛없는 음식으로 정의 내려져 있었던 모양이다.


하긴 나도 과거로 돌아가 보면 크게 다르지 않았던 듯싶다. 어렸을 때 손맛이 그리 좋으셨던 어머니도 건강이 듬뿍 담긴 음식을 주실 땐 나 또한 오만가지 인상을 찡그려가며 먹지 않았던가. 심지어는 돈 얼마 주면 먹겠노라고 생떼를 부리지 않았던가.


'건강한 맛'이란 건강의 시선에선 긍정적인데 맛이라는 시선에선 부정적일 수 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전부터 내가 알고 있던 어떤 단어도 누군가에게는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서로 다르게 의미 부여가 되고 있을 것이라 본다.


그래도 말이다.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내게 미역국 라면은 최고다.


그런데 말이다.

누군가 그러더라.

뭐가 들어가든 라면은 라면이다라고. 인삼이 들어가든 산삼이 들어가든 그냥 라면일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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