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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하는냥 Apr 10. 2023

훼방꾼

네가 식초면 다냐?

훼방꾼이다.


지난 주말 날이 좋아 교외로 나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배를 채운 후 나름 눈요기를 할 수 있는 호수 근처의 카페에 들렀다. 야외 테이블이 있는 카페였는데 작은 미술관처럼 볼거리가 있었다.


전문 카메라는 아니지만 폰으로 예쁜 사진 좀 찍으려는데 훼방꾼은 사진 한 장을 허락하지 않았다. 녀석의 방해는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숨을 멈춰가며 화면상의 정렬을 가늠줄에 맞춰 놓고 촬영 버튼을 누르려는데 그 타이밍을 어찌 아는지 그때마다 훼방을 놓았다. 그러지 좀 말라고 어르고 달래도 들어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아내를 소환하여 녀석을 인계하였다. 녀석은 '식초'라는 이름을 가진 2008년생 푸들이다. 애정을 준 만큼 따르는 게 당연하기에 아내를 잘 따른다.


며칠 전 아내가 어떤 물건을 주문했는데 서비스로 'Cafe Latory'f라는 커피 스틱이 동봉되어 있었다. 아내가 갑자기 부르더니 먹으라고 주는 게 아닌가.


"나 커피 잘 안 마시잖아."

"그래도 좋은 거니까 마셔봐."


받아 들었는데 뭔가 이상했다. 방금 받은 건데 왜 포장이 구겨져 있지? 게다가 살짝 송곳으로 찍힌 흔적이 나 있었다.


"이거 좀 이상한데?"

"뭐가? 방금 받은 거야."

"아니야. 이거 좀 이상해."

"괜찮아"


혹시나 싶어 다시 물었다.


"이거 혹시 식초가 물었지?"

"....."


물었네. 물었어.

그러든지 말든지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거나 심장이 콩닥거린다는 이유로 끊은 커피였지만 오래간만에 한 잔 마셔 보았다. 오랜만에 마셔서 그런 건지 달디달다. 이쯤 했으면 이사 갈 때 약도 정도는 확보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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