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출발한 마라토너는 기세가 좋습니다
자신이 절망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걸 아마 모를 겁니다
오래가진 않을 것입니다
마라토너의 심장은 무겁지 않습니다
마라토너의 다리는 굳건하지 않습니다
저 마라토너는 초심자일 뿐입니다 저 마라토너는 갓 태어난 신생아일 뿐입니다
처음 단 맛을 느낀 아이의 혀는 단 맛이 영원할 거라 믿습니다
이제껏 마라토너의 세상에 꾸준한 달리기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연찮게 땅을 박차게 된 마라토너의 등을 살짝 밀어줬을 뿐입니다
그래서 숨이 끊기지 않도록 미세한 산소를 공급해줬을 뿐입니다
그래서 선천적으로 죽어있는 미각을 깨워줬을 뿐입니다
저 마라토너는 전형적인 인간입니다 저 마라토너는 가장 효율적인 인간입니다
마라토너는 넘어짐에 익숙합니다 출발선에서 맴도는 것도 달리다 멈추는 것도 익숙합니다
마라토너를 일으켜 어르고 달랜 다음 입에 사탕 하나 물게 한 후 달리게 하십시오
이제 우리는 절망을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