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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나 Sep 25. 2024

소설과 에세이

아직까지 이야기되지 않은 이야기가 있을까

소설과 수필로 제목을 쓰려다가 에세이로 고쳐 본다. 예전엔 수필이라는 말을 더 많이 썼던 것 같은데. 학교에서 배우던 방망이 깎는 노인이라던가 인연이라던가. 그런 글들은 어쩐지 에세이보다는 수필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지 않은가. 그치만 요즘엔 보통 에세이라고 한다. 왠지 수필보다 좀 더 많이 가벼운 느낌. 에세이와 수필은 다른 장르인가. 검색해 보니 수필은 경수필과 중수필로 나뉜다고 한다. 요즘엔 아무래도 경수필이 대세인 듯. 친구한테 말하듯 편하게 이야기한다. 나도 그냥 편한 게 편하다고 에세이가 끄적이기 좋은 것 같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그건 온전히 말하는 내 입장이다. 


 듣는 사람이야 어쨌거나 내가 하고 싶던 대로 주절주절 이야기하는 건 아닌가. 상대방은 안물 안궁인데. 일방적으로 떠드는 자기 이야기에 귀 기울여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대화도 서로 티키타카가 되어야 재미있는데. 많이 읽히는 글이 되려면 읽는 사람이 좋아하고 듣고 싶고 궁금한 이야기를 해주는 게 맞을 텐데. 내가 그런 에세이를 쓸 수 있을까. 사실 에세이 분야가 그런 유인을 하는 게 제일 어렵지 않나. 예전 베스트셀러도 보면 그저 일상의 에세이로는 베스트에 오른 경우를 거의 못 본 것 같다. 베스트로 오른 에세이들도 보면 단순 일상 에세이가 아니라 이야기하고픈 주제가 있다. 공감, 위로, 치유, 자기 계발, 마인트컨트롤? 혹은 기존 베스트 작가이거나 유명인. 이 글들을 모아 책을 낸다 한들 누가 돈을 주고 사서 볼 것인가. 나조차도 책 사는데 무척 인색한 주제에 다른 사람은 관대하길 바라도 되는 걸까. 


 너무 궁금하고 읽고 싶어서 기꺼이 돈을 내고라도 보고 싶은 그런 콘텐츠. 


 내 경우에는 웹소설과 웹툰이 있다. 아니 왜 미리 보기의 미리 보기는 없는 거야. 내가 쿠키가, 캐시가 없는 것도 아닌데! 내가 쓰기 편한 에세이에서도 그럴 수 있을까. 경험했던 사실을 써 내려가는 글에서는 그게 힘들지 않을까. 물론 드라마틱한 사건들이 많았다면 또 모르지. 하지만 곰곰이 지나간 삶을 반추해 보아도 딱히 이야깃거리는 없는 것 같다. 누군가를 가르치고 싶은 마음도, 위로가 되어주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냥 내 생각을 주절주절 떠들고 싶은데. 기껏 떠들었는데 내 글이 수요 없는 공급이라니. 


 고민고민을 하다가 결국 에세이보다는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다음 내용이 궁금한 흥미로운 이야기. 그치만 내가 소설을 배운 적도 없는데 과연 마음먹었다고 쓸 수 있을까. 그냥 쓴다고 그게 다 소설이 되는 건 아닐 텐데. 그리고 제일 중요한 내용. 아직까지 이야기되지 않은 이야기가 있을까. 이미 있을 만한 캐릭터와 내용은 다 있는 것 같은데 독창적인 걸 내가 떠올릴 수 있을까. 로미오와 줄리엣, 신데렐라, 콩쥐팥쥐, 춘향전, 신화와 성경. 이미 식상한 클리셰들이 범벅인 글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치만 이미 아는 진부한 설정이지만 또 그걸 재미있게 만드는 글 맛이 또 있지. 과연 그 글 맛이 내 글에서도 나올 만큼 만만한가, 맛있을까. 


 아마 나는 이미 세상에 많이 등장한 캐릭터로, 진부한 설정으로 글을 쓰게 될 것 같다. 아주 오래전에 chat GTP가 나오기도 전에 AI로 소설을 썼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예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기존에 있는 것들로 이리저리 새로운 조합을 만들었던가. 내가 하려는 것이 AI 보다 나은 게 무얼까. 새롭지도, 특이하지도, 흥미진진하지도 않을 거라면 다만 맛있길 바라본다. 매일 먹는 밥처럼 은근히 달짝지근하게, 지겨움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만.


2024.09.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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