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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날한 날 May 04. 2023

과장님 말고 뭐라고 불려야 할까?

퇴사하고 장래희망가로 살아가기: 퇴사자의 이름은...

일하는 동안 몇 번 회사를 옮기긴 했지만 퇴사 후 긴 시간 조직에 소속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느새 이름이나 별명보다 직함으로 불리는 게 익숙한, 일상의 80% 정도는 날과장으로 살았던 직장인이었다. (실제 동료들은 사무실에서도 날 '날과장'이라고 불렀다.)


현재 대부분의 친구는 회사에서 만난 이들이다. 나이가 듦에 따라 학연, 지연보다는 일하면서 만난 친구들이 더 많아졌다. 일하는 업계의 특성 때문인지, 혹은 집단의 특수성 때문인지 '굳이 말을 섞어야 해?'라는 여타의 회사들과는 다르게 개인적인 관계들을 꽤 두텁게 쌓아왔다. 그 와중에도 나를 부르는 호칭은 여러 갈래로 나뉜다. 날날씨, 선배님, 날과장. 동료들은 이직을 하거나 퇴사를 해서 개인적인 관계가 되었음에도 내가 승진을 함에 따라 호칭을 업그레이드시켜줬다. 날날씨와 선배님은 퇴사와 무관하게 불릴 수 있는 호칭이지만 '과장'이 문제다.

먼저 퇴사한 동료와 어쩌다 같이 덕질을 하게 되었는데 함께 간 콘서트에서 "과장님~!"이라고 부르길래 어린 친구들 틈 사이에서 너무 민망해 서로 'ㅇㅇ님'으로 호칭을 정리한 적은 있다. 같이 헬스장을 다니며 같은 PT 선생님을 모셨던 동료는 서로 'ㅇㅇ회원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제 뭐라고 불러야 돼요?"

이직도 아니고 완전히 회사를 떠나버린 나에게 동료가 물었다.

선배님이라고 하기엔 직속 후배가 아니었고, 날날씨라고 부르기에는 내가 나이가 많고, 날날언니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적응기가 필요할 것 같다.

"나중에 퇴사파티할 때 생각해 봐요!"

그 후로 맞췄던 일정이 틀어지면서 호칭정리는 뒤로 미뤄졌다.

간혹 어떤 이들은 자연스레, 암묵적으로 '언니'라는 호칭으로 갈아탔다. 하지만 아직도 난 과장님이다.


다시 회사에 들어가지 않는 방향을 모색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퇴사를 했기에 어쩌면 나는 어떤 이에겐 평생 '날과장'으로 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를 다시 들어가지 않는다면 50살에도 60살에도 과장님일 수도 있겠는 걸?


다들 퇴사하면 어떻게 호칭을 정리하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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