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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Oct 10. 2023

9. 감사하며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는 삶을 살래

- 감사목록과 버킷리스트 적어보기

돌이켜보니, 나는 지독하게도 부정적으로 살아왔다. 그렇다고 내가 선천적인 비관론자였던 건 아니다. 나도 한 때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적도 있었다. 이십 대 초반까지만 해도 내가 원하는 것은 뭐든 다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결국 야심 차게 진행했던 몇몇 일들이 현실에 부딪혀 거품처럼 꺼져가는 모습을 허무하게 바라만 봐야 했다. 이런 초라한 내가 미웠다. 나는 좌절과 실망으로 상처받는 게 싫어 모든 것에 대한 기대치를 점점 낮추기 시작했다.



'해보긴 하겠지만 아마, 잘 안 될 거야.'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무언가를 조금이라도 이뤘을 때, 그것 참 의외라는 듯 잠시동안은 기쁠 수 있었다. 나는 바스러질 듯 약한 나의 멘털을 지킨다는 명목 하에 그렇게 점점 비관론자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몇 년 동안을 그렇게 살다 보니 사람이 점점 황폐해지는 것 같았다. 어차피 해도 안 된다고 스스로에게 한계를 설정해 버리니 자연스레 무언가에 도전하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 아무런 목표도 없으니 그냥 아무런 변화 없이 현재에 안주하면서 사는 게 편했다. 현재에 만족하여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안주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현재에 불만족하면서도 변화와 실패가 두려워 반강제로 그 상태에 눌러앉아 버리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시간이 생기는 족족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만 하염없이 들여다보며 변화 없는 삶을 살았다. 여기서 누군가의 개입이나 변화의 구심점이 없었더라면, 나는 아마 평생을 죽을 때까지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킬링타임만 하는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나는 같은 자리에 계속 머물렸고, 내 정신은 썩은 고인 물처럼 악취를 풍겼다. 내 머릿속엔 그저 똥과 파리들만이 득실거리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정말 다행히도 최근의 나는 이렇게 사는 이제 지긋지긋 해졌다. 어두운 아우라를 풍기며 다니는 것도, 우울한 노래만 계속 반복재생 해대는 것도, 쉬는 날엔 하루종일 밥도 안 먹고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을 실천해 볼 생각은 안 하고 머릿속으로만 생각해 대는 것도, 내 현재의 모든 것이 지긋지긋 해졌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제발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어졌다. 사람은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사는 대로 생각하다 보니 될 대로 되라는 마인드로 나 자신을 놓아버린 채 그냥 산송장처럼 살게 되었다. 이제는 내가 생각하는 대로 살아 볼 차례이다.



나는 이제 밝은 에너지를 풍기고 싶다.


나는 인간 비타민이 되고 싶다.


나는 밝고 신나는 노래를 좋아하고 싶다.


나는 건강하게 음식을 잘 챙겨 먹고 싶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행동으로 옮기고 싶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삶을 살 것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버킷리스트라는 이름으로 내가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하나씩 적어 보기로 했다.



1. 다양한 로푸드 디저트 만들기

내가 한창 죽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을 때, 나는 우연히 SNS에서 '로푸드 블루베리 치즈케이크'라는 것을 보게 되었다. 너무나 알록달록하게 데코가 되어있고 엄청 맛있어 보이는 케이크였다. 그런데 이게


'밀가루는 전혀 안 들어가고 대신 견과류만을 이용해서 만들었다니? 구운 게 아니라 재료를 냉장고에 넣어 굳힌 거라고?'


그것을 시작으로 나는 온갖 종류의 로푸드 디저트 영상들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문득 그것들을 내가 직접 만들어서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우울증이 시작되면서부터 입맛이 없어져 50kg이었던 몸무게는 44kg까지 곤두박질쳤지만, 로푸드 디저트 관련 영상과 레시피들을 보면서 사라졌던 식욕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것 같다.



'나 좀만 더 살아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도 있듯, 나는 죽고 싶지만 로푸드 디저트는 너무 먹어보고 싶었다.



2. 번지점프하기

이것도 한창 죽고 싶은 마음의 가득했을 때의 이야기다. 그날은 잠이 오지 않는 새벽이었다. 침대에 누워있다 문득 창밖을 보게 되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 밖은 아주 고요했다. 그 고요함을 깨고 나는 창문을 열었다. 사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창밖으로 몸을 던지는 상상을 하곤 했었다. 



'11층에서 떨어지면 즉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창문 난간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난간 반대쪽으로 넘어가기 위해 한쪽 다리를 난간 위로 올렸다. 그리고 남은 다리도 창문 밖으로 옮기려는데, 순간 온몸이 덜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눈물이 뿌옇게 차오르고 몸과 마음은 주체할 수 없이 오들거렸다. 무서웠다.



'내가 정말 나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을까?'



결국 나는 엉엉 울면서 다시 내 방 안으로 기어들어왔다. 방 안에 있는데도 몸은 계속 떨리고 있었다. 나는 겁쟁이였다. 죽고 싶지만 죽을 용기가 없었다. 그렇다고 앞으로 살아갈 용기도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나는 그저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 내 방 침대의 붙박이 신세가 되어버렸다.



이런 겁쟁이지만 언젠가 한 번쯤 번지점프를 해보고 싶었다. 그냥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느낌이 어떨지 궁금했다. 어쩌면 번지점프를 하면서 고소공포증도 이겨낼 수 있디 않을까? 그리고 번지점프를 하면서 몸에 결한 줄로 인해서 몇 번의 반동이 생기지 않나. 그 반동을 이용해 내가 과거에 가졌던 안 좋은 생각들을 그냥 다 탈탈 털어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밖에도 발리에서 한 달 살기, 단편영화 제작하기, 제주 올레길 전코스 걷기, 명절에 가족들과 해외여행 가기, 폴댄스 배우기 등등. 이렇게 내가 해보고 싶은 일들을 쭉 나열하고 보니 삶의 의지가 다져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냥 목록을 작성한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기분이 몰려왔다. 과거의 나는 이런 목록만 작성하고 실천율은 거의 바닥을 치는 수준에 머물렀을 것이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가득하지만 귀찮음과 두려움으로 실행은 절대 못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달라지고 싶다. 머릿속 계획을 밖으로 꺼내 행동으로 옮기는 삶을 살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자 감사한 마음이 몰려왔다. 내가 조금씩 생각의 전환을 통해 긍정과 밝음의 사이드로 몸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 너무나 다행이고 감사했다. 내가 조금씩 나의 불만족스러운 삶을 변화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 것도 감사했다.



예전에 누군가 나에게 자신이 꾸준히 감사일기를 쓰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 말을 들은 당시의 나는 생각했다.



'굳이?'



나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며 그 말을 귓등으로 들었다. 당시의 나는 그런 것에는 별로 관심도 없었고, 시도해 볼 생각조차 없었다. 하지만 요 근래, 나의 마음가짐에 약간의 변동을 겪으며 자기 계발서를 몇 권 읽게 되었는데, 대부분 감사일기를 작성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었다. 내가 발을 딛고 사는 지금 이 현실에서부터 사소하지만 감사한 일들을 상기하면서 사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내가 지금 무언가에 감사할만한 것이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글을 씀으로써 나의 감정을 승화시킬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나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살아있음에 감사하다.


나는 이제부터라도 이렇게 감사함을 느끼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행동화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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